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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칼럼>'자기 반성'없는 '범민주세력 대연합'은 기만 행위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2. 25. 22:11
<칼럼>'자기 반성'없는 '범민주세력 대연합'은 기만 행위
사활을 걸다시피 한 전당대회였건만, 결과는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고..

정성태 기자 (기사입력: 2006/02/25 21:55)  

공중파 방송에서 얼굴 마담 격을 하던 정동영 아나운서가 통일부 장관에 이어 집권 여당인 열린당 신임 의장에 당선되었다. 물론 초대 의장에 선출되었으나, 지난 총선 유세 과정에서 노인에 대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발언으로 중도 하차 한 바 있다. 당시 정동영 의장이 했던 말을 뜯어보자면, 사실 신종 고려장과도 같은 무지막지한 언어 살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의 정치 입문을 살펴보면, DJ의 새로운 피 수혈의 일환으로 진행된 외부 인사 영입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의 막강 배후 실력자로 군림하던 권노갑 전 의원에 의해 전격 발탁된다. 그리고 곧장 당 대변인이라는 화려한 간판과 함께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됨으로써, 해바라기와 같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영화를 누리게 된다.

그런 그가 가장 먼저 목을 벤 사람이 있었으니, 공교롭게도 그를 오늘의 반석에 이르게끔 다리를 놓아 준 권노갑 전 의원이었다. 은혜를 입을 때에는 하늘에 떠 있는 별이라도 따다 바칠 듯 했건만, 그러나 DJ 임기 중에 철옹성을 쌓고 살던 권노갑 전 의원이 국민의 정부 권력 누수와 함께 세간의 도마에 오르게 된다. 그러자 오직 태양만을 바라보고 사는 해바라기에겐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듯 자신의 정치적 스승을 혹독하게 칼로 벤 여세를 몰아,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천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경쟁자이던 노무현 후보를 향해, 사상이 의심된다는 식의 색깔론을 펼친다. 역시 독재 권력 하의 간판 아나운서 출신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아무튼 그는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정치계의 화장발 거목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이후 치뤄진 대선에서, 이 땅에 뭔가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던 민초들의 열화와 같은 희생적 지지를 등에 업고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나 무엇하랴.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노무현 대통령을 위시한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그리고 개혁당 소속이던 유시민 등의 제 씨들에 의해 민주당은 한바탕 피바람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 평화 개혁 세력이 둘로 쪼개지는 비운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분열 없는 개혁을 주창하며 민주당을 지킨 인사는 일순간 구태 정치인으로 매도되고, 아울러 자신의 양심에 따라 분당의 부당함을 고발하던 네티즌 일부가 경찰의 수사를 받거나 또는 감옥에 가야했다. 그러나 권력을 좇아 대통령과 함께 열린당에 참여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개혁의 전도사로 둔갑하는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벌어진다.

그런 졸렬하기 그지없는 정치 공세와 탄압을 앞세워 열린당은 총선에서 원내 과반 이상 의석을 얻는 초대형 흥행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제 3 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인구 사이에도 이벤트 성 정치 공략이 전혀 먹히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다. 열린당 대권 주자인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이 사활을 걸다시피 한 전당대회였건만, 결과는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고 말았다는 점이 잘 웅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작 한자리 수 지지율을 갖고 있는 열린당 대권 주자인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이 흩어진 범민주세력의 대연합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승적 견지에서 보자면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한나라당이라는 도무지 변화할 줄 모르는 꽉 막힌 집단 앞에서, 그야말로 평화개혁 세력은 그 누구라도 죽어나는 일이 명약관화하게 보이는 까닭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당초 서민과 중산층 팔아 집권에 성공한 盧 정권이다. 아울러 정치 개혁을 비롯한 제반 개혁 과제를 표방하며 민주당을 지킨 인사들을 난자하고, 또 그 여세를 몰아 총선에서 바람몰이에 성공한 열린당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에 의해 서민의 삶의 질은 좋아졌는가? 정치 환경은 또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그것을 자문해 본다면, 과연 스스로를 향해 민주개혁 세력이라 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에 의해 구태 정치가 반복 세습되고 있으며,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로 인한 국민의 정치 불신은 가중되고, 서민의 생활상은 참담함 그 자체에 내 몰리고 있다. 이렇듯 스스로를 기만하고 또 한 치 앞을 내다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권력의 최고 정점을 차지한 채 국정을 운영하다보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한 것이다.

정동영 신임 의장은 범민주세력 대연합을 말하기에 앞서, 지난 날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처절한 자기 반성과 함께 진솔한 마음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당한 자의 쌓인 앙금이 풀릴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을 토대로 할 때,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모색이 가능하게 되는 까닭이다.

또한 서민 대중이 처한 고달픈 민생 현장 속으로 정직하게 다가 설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종래의 방송국 카메라에 얼굴 팔려는 식의 쇼가 되어선 결단코 아니 될 말이다. 가난한 국민을 기만하고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오히려 더욱 수렁에 빠지게 한 스스로의 죄과에 대한 뼈를 깎는 참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범민주세력 대연합을 논의함에 있어, 이는 정동영 의장 또는 열린당의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퍼렇게 멍들고 난자 당하면서도 통합과 개혁을 동시에 일구어내기를 바람하며, 쓸쓸히 그러나 의연히 민주당을 지킨 인사들에게 부여된 특권이며 가치라는 사실이다. 자신들의 사정이 풍전등화에 놓이다 보니, 이제와 대연합을 운운한다는 것은 국민 앞에 그리 설득력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도 아니기 때문이다.

▣ 논설위원 정 성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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