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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리뷰] 고건은 큰(?)바위 얼굴로 남아야(2006.7.17)

seoulpost서울포스트 2007. 1. 18. 11:47
<칼럼>고건 죽이기냐 살리기냐
高思慕고사모와 枯死謀고사모의 갈등 속 호박..고추 탄생
양기용 기자 (기사입력: 2006/07/17 01:52)

7.11일에 있은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보수론자들이 당의 전면에 배치된 일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5.31 지방선거전 박 대표가 당한 테러 사건이 그것을 예고하더니 자연스런 세몰이로 연결되어 2007년 마지막 달을 기다리게 된 셈이다.

이번에 선출된 새 대표는 당내 최고위원 지명권과 대선후보 선거인단 구성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을 가졌다. 당내에서도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리전 양상을 인정할 정도의 기세 싸움이었으니까 1년 반 남은 기간동안 한나라당도 순탄치만은 않을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새 홈페이지인 '호박넷(好朴net)'이 문을 열었다.

축배와 걱정거리가 같이 생긴 당도 한나라당이다. 싹쓸어 준 민심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울 뿐더러, 차기 집권당의 환상에 몰려들 거대 힘을 지탱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고 전 총리 지지율로 우후준순처럼 생겨난 지지 집단의 일관성이 문제된 것처럼 지금 박근혜를 둘러 싸고 새로운 지지자들이 봇물 터지듯 밀려 들고있다.

고건 죽이기와 빨갱이는 가라

3-4개 월 전만해도 서울시장에는 '강금실 필승론'이 있었고, 고 전 총리 지지율이 50% 이상을 유지해 차기에 강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었다. 당시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감안한 거품론이라지만 현재 2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나 다른 후보가 발군의 상승율을 보이지 않는 예는 분명 어디선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최근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열린우리당의 집권 시나리오를 보면 고건 신당론에 무게를 두고 대선 막바지에 반한나라당연대로 신당과 통합하여 후보단일화를 이뤄 낸다는 계산이다. '반한나당연대론'이나 '범민주대연합론'은 집권당의 핵심 지도부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또는 고 전 총리의 힘을 얻고자 할 때마다 내걸었던 주문이다.

그러나 그 기사가 나온지 하루도 안돼 고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청혼을 했다. 이를 두고 '립써비스다', '너무 잰다'는 말도 무성하며 대안으로 '매운고추만들기'(고건-추미애 연대)도 한창인데 정작 고심(高心)은 아직도 고심(苦心)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10여 년 동안 우익 땅에서 좌익이 우리처럼 빠르게 꽃피운 예는 인류역사에서 드물며 빨리 핀 꽃은 빨리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험하는 장이 될 차기 대선에서 반한나라당연대로 후보 단일화에 고 전 총리가 될 리도 없을 뿐더러, 정통 보수에 속한 그 입장에선 좌파와 연대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

열린당 이탈 세력일수록 고건 + 좌파는 원치 않아

한나라당 지지자 일부를 보면 박근혜 전 대표조차도 빨갱이로 취급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극보수에 속하는 부류로 박 전 대표가 김정일과 화담하는 모습이나 김 전 대통령과 호의적인 만남을 갖는다는 이유만으로 빨간 물이 들어 쓸모 없다,는 시각을 보인다.

고 전 총리를 지지한 사람들도 그가 열린당 인사와 교감하는 것을 몹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 보아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언제든지 반 고건으로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다. 호남이 두 개의 정당과 여야로 분리되어 있어 전처럼 힘의 결집은 이미 불가능하게 돼있다. 따라서 지역과 이념의 대립은 더 첨예해 지지만 명분만으로 유권자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지역의 분열이 자칫 맹목인 지지로 나타날 수 있는데 호남지역에서 최대 수혜자가 한나라당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한화갑 대표도 정동영 전 의장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 쪽에 더 나긋나긋함을 보여왔다. 열린당에 대한 반감이 한나라당에 대한 호감으로 작용했고 정치적 손익을 계산하여 추후 얻어질 지위는 한나라당만이 유일하게 보상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호남인에게서도 '더 이상의 좌파정권은 안된다'는 정서가 확산 중이다.

빨간물 빼기에 정신없는 열린당

5.31지방선거의 결과가 나오고서 노무현 대통령이 취한 언행은 오만이 아닌 무지의 소산이다. 선거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참패를 당하고도 비서실장을 통해 한 의사 표명은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마저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작 정책홍보토론회 회의에서 "5.31지방선거가 대패라고 하는데, 한두번 선거로 국가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아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나는 정치적으로 계속 역풍을 맞았지만 결국 대통령이 됐다. 역풍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걸맞지도 않는 대통령 계급장을 이외수가 쓴 '훈장'으로 착각하는 모양에서 그 소설속의 주인공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결국 구호만 요란했고 표어만 현란하게 국가운영을 해왔으며 게을러 터진 광기의 결과가 표로 나타났다. 책임만 야당에 떠넘기기에 바빴고 진정한 개혁은 그들 스스로도 경험도 없었거니와 겁을 먹었거나 엄두도 못내고 손을 놓은 상태다. 탄핵후 예수 부활의 반열에 자신을 갖다 놓더니 이제 망가진 그를 유일하게 구원할 사람은 예수아니면 그 누구겠는가. 때를 같이하여 김근태 비대위장은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나섰다. 이는 민심에 근거한 행동이기도 하지만 레임덕의 진행상황으로 봐도 좋다.

고건은 큰(?)바위 얼굴로 남아야

2007년 대선의 중요한 변수는 이념, 계층, 지역, 세대 갈등 등 칼라풀한 '갈등의 총출현'이 예상된다. 이는 좌익사상의 교과서격인 '상호갈등'을 조장하여 권력에 대항의욕을 말살하려는 데 근거가 있다. 지친 민중들은 그래도 국가가 던져주는 떡 한 조각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예수처럼 떡 몇개로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남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군웅할거 시대를 맞아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고건 전 총리라서 말미에 언급하고자 한다.

그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조를 가지고 정치에 입문했으나 이제는 권력의 맛을 알아 실리가 뭐라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그래서 식언을 식사처럼, 뱉은 말은 바람처럼 여기기에 길들여져 있다. 쪽팔릴 일이 생기면 자기 치마 걷어 올려 얼굴 숨기고 돌진하는 뻔뻔함도 배웠다.

이에 비해 고건 전 총리는 원리원칙에 젖은 전형적인 관료요, 엄격한 통제와 일사분란한 조직 속에서 살아 남은 수장이다. 실수에 부끄러워할 줄 알고 명예를 중시 여길 것이다. 군사정권부터 좌익정권까지 다 소화했지만 말미에 노 대통령과 빚은 껄끄러운 면은 그가 어떤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원칙을 존중하는 정통행정가인 그가 그가 얼라들 깽판치듯한 정치판에서 최후 승자가 되라는 보장이 없기에 이토록 신중하게 돌다리를 두드리지 않나, 생각된다.

이념, 계층, 지역, 세대 간을 봉합할 자신감과 대안이 없이 그곳에 잘못 발들였다간 이제껏 그에 붙어있는 아름다운 수식어도 그 순간 다 망가져 고칠 시간이 없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건의 장고의 끝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가 더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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