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스트C [서울포스트] [시론] 한풀이와 저주의 굿판을 보면서 seoulpost서울포스트 2007. 2. 4. 19:00 [시론] 한풀이와 저주의 굿판을 보면서 인민혁명당 재건위는 무죄, 긴급조치 판사들은 유죄라.. 양기용 기자 (기사입력: 2007/02/02 00:58) △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러시아 소장 북한 영상기록물에 나오는 빨치산 대원들의 서울 입성 모습동전을 뒤집고 뒤집어 봐도 6.25때 우리 고향에 밀고 들어 온 인민군은 일제부역자와 정부관련자들을 인민재판으로 숙청했다. 해방후 일제청산이라는 민족활동이 타 군보다 활발했던 지역이었기에 인민군의 완장을 얻어 찬 거주민은 기득권자 체포숙청에 적극 앞장섰다고 한다. 얼마 뒤 인민군이 양민학살을 자행하며 퇴각하자 그들도 함께 월북했거나 지리산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국방군과 관은 인민군에 동조한 세력을 잡아 또 한차례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 인민재판처럼 주민들을 다 불러 모아 놓은 상태에서 즉결 또는 공개처형이었다,고 부모님은 동족간의 전쟁참상을 이야기해 주셨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가 된 보성지방의 이야기다. 나는 디테일한 상황을 모르는 세대다. 당시 국가에서 둘러 씌운 연좌제라는 것은 무서운 법이지만 사실은 근거가 있는 법이었다. 그 사이에서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왕립(王立)학교를 무사히 진학할 수 있었다. 당시 소용돌이같은 역사속에서 8촌내에 친일 부역자도, 빨갱이도 없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으니 나는 지극히 평범한 빈농 출신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이제보니 인민군과 민족주의자와 독립운동가와 좌익과 빨갱이는 묘한 상관관계가 있음도 알았다. 따라서 이 땅의 이념문제는 친일과 친미를 하면서 독립과 민족운동을 한 사람들과 그들과의 한 판 승부가 계속될 수 밖에 없어 중동의 한 국가내 이민족간의 싸움이 아닌 불행한 동족간의 운명이다. 자라면서 동네 사람 사이에서 '누가 과거에 어떤 짓을 했다'고 수군대는 소리도 들었었다. 부자집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슬아슬하게 살아 남은 사람에 속한다. 당시 그 분은 있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누구와 어울려 얘기하거나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일본도, 빨갱이도 망한 남한 체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일체의 언행을 조심한 것인지 늘 긴장된 모습이었다. 전쟁이 거쳐간 그 시기에 남한 체제에서는 국시가 반공일 수 밖에 없다. 휴전 상태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간첩행위자가 색출돼 긴급조치1호에 의해 처형된 일 중 하나가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이다. △ 지리산 빨치산 역사공원의 조형물 마녀의 한풀이에 따라 다니는 이념 2007년 내려진 판결은 박정희 집권 18년은 다 무효다,는 뜻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권력 아래서 죽어간 사람은 다 억울하고 권력의 비호를 받고 긴급조치에 가담했던 판사들도 똑같기에 이름을 낱낱이 밝히고 얼굴을 저잣거리에 걸겠다는 뜻이다. 법상식에는 누구든 법의 심판을 받음으로써 정죄됨이 더 이상 없다. 억울함도 없다. 누구든 법의 정의에 의해 처치되는 것이 법의 정의이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도 간첩죄에 의한 사형은 정의이다. 다만 절차상 죽어가야 할 간첩들의 최후의 인간적인 보루마저 박탈한 비인간적인 행위만은 성토돼야 한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인혁당 관련자들은 머리 숙여라,며 '박근혜 전 대표가 한마디 하는 것이 도리다'라고까지 말했다. 여론은 이미 '박 전 대표와 무관한 일'로 나왔고 긴급조치 관련 판사들의 실명 거론도 불필요하다고 했는데 과거사위는 결정한 위원명단도 공개할 수 없다면서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이제 인민혁명당 사건은 법절차상 하자로 인해 명예를 찾고 보상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역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이다. '추남이 아니다'는 판결로' '나는 미남이다'라는 자의 해석으로 꽃미남 행세를 하는 것과 같다. 예수와 더불어 4대 성인에 들어간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며 독당근즙을 마셨다. 법은 번뜩이는 칼이여야하며 칼을 쥔 자의 마음은 칼을 녹일만치 뜨거워야 한다. 허나 지금의 우리 법 현실은 어떤가. 온갖 쓰레기같은 양심으로 녹슨 칼을 들고 있기에 석궁테러같은 일도 발생되지 않았을까. 우리의 현실 앞에는 인혁당 사건보다 수 배나 억울하다는 일들이 눈하나 깜짝않고 저질러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재적으로 수 십 수 백만 백성의 생명을 앗아 갈 일들이 지금 그들이 정당하다는 법논리에 자행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인혁당 관련 판결은 살아 온 날의 고통과 살아 갈 날이 많은 주변의 지인들에게 현대사의 무거운 짐을 덜어준 데 대해서는 일정 부분 찬성하지만 정략적이고 저주와 한풀이의 연장으로 역사를 뒤집는다면 진실을 규명한다는 과거사위의 행위도 결코 진실되지 않을 것이다. 법이란 양심까지 단죄할 수는 없다. 법은 어디까지난 법대로만 심판하여야하며 개인의 양심은 개인과 사회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어릴적 동네 아저씨가 침묵으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법에 심판받지 못한 자신을 수없이 단죄한 고통이지 않았을까. 이 시대 우리들 사이 상식의 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핑계없는 무덤없고 처녀가 애 배도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무덤을 파헤치고 처녀를 취조한다면 앞으로도 같은 사안으로 또 다른 인격 살인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 밖에 없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 양기용 기자의 서울포스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