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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아프리카여행] 종교의 힘..

seoulpost서울포스트 2007. 3. 8. 15:13
[아프리카여행] 종교의 힘..
박근하 기자 (기사입력: 2007/02/27 01:20)

아프리카 남아공.. 그중에서도 요하네스버그가 아닌 케이프타운에서 비행기를 내린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는 펭귄이 보고 싶어서..

어차피 가난한 배낭 여행족이 이용할만한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노선에는 킬리만자로행이나 사하라사막행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나마 가까운 에어 인디아의 케냐/탄자니아 노선을 두고 말레이시아 항공의 남아공/이집트 노선을 선택한 이유는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다는 펭귄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아프리카에도 펭귄이 살고 있습니다.. 물리면 아픕니다. ⓒ박근하 서울포스트

하루만 지나도 후회하게 될 계획..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여행자의 여행은 어이없는 이유에서 시작된다.
3000마리의 펭귄이 모여산다는 볼더스비치에서 펭귄이 지겨워질 무렵, 나는 케이프포인트에서 명상 선생님이라는 인도인 이르도시와 남아공에 놀러왔다는 그의 형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내가 친구가 된 이유 역시 간단하다.
우리는 돌고래떼가 지나갈지 모른다는 근거없는 바램으로 한 시간이 넘게 바다를 구경했었고,,이르도시는 내가 희망봉에 있는 세계도시 이정표엔 한국 엽서를 달 수 있도록 그의 어깨를 빌려주었으며,,잠시동안 우리들이 주고받은 대화에서 내가 인도에서 잠시 머물렸던 오쇼 라즐리쉬 명상센터에서 그는 7년이상 명상 수련을 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 케이프포인트의 바닷가.. 영화포스터의 한장면처럼 니르도시와 나는 돌고래떼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박근하 서울포스트

종교의 힘.. 사실 오쇼의 사상은 종교와 관련없지만 우리는 같은 명상센터에서 같은 가르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강한 믿음과 유대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오쇼의 사상 역시 유사 종교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하였다..게다가 그의 집에서 만난 이르도시의 여자친구는 스페인인이었지만 과거 한국에서 "관도"라는 스님이었고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영화 사상에 빠져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듯도 보였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영화는 내게 재미없고도 어려운 주제였었다.

▲ 왼쪽이 니르도시, 오른쪽이 관도스님. ⓒ박근하 서울포스트

이르도시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또 다른 오쇼의 제자라는 팔사도의 집에서 여러날을 머물며 그들과 함께 명상을 하고 이르도시의 안내 아래 형 부부와 함께 케이프타운을 여행 다녔다.

이르도시와 함께 다니면서도 내가 그의 집이 아닌 팔사도의 집에 머물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 였을것이다. 건축가인 팔사도의 집은 케이프타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었고 그들은 오쇼 가족인 내가 남아공 가장 아름다운곳에서 마음편히 명상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싶었을테니까..

▲ 이런 순간들이 여행자들의 기억속에 가장 특별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에서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졌었던 오쇼의 가족들.. ⓒ박근하 서울포스트

열흘 남짓 머물렀던 케이프타운의 추억을 묻는다면 인종차별로 갈라진 빈부 격차의 현실이나 하다못해 남아공의 흑인들에대해서조차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만 나는 세계 각지에 퍼져있을 오쇼 가족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명상일 뿐인 오쇼의 사상..
아프리마에서 만난 오쇼의 가족들은 인도인, 스페인인, 이스라엘 사람으로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었지만 오쇼사상을 공부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영혼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 있었고 마치 어느 대학의 동문회처럼 서로의 인생에 버팀목에 되어주기를 희망하였으며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오쇼의 가족들이 세상의 큰 힘이 될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받았다.

또 그러고보니 한국의 꽃동네 사람들은 어땠었던가..
내가 켈커타의 마더하우스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내가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으로 나를 특별히 생각해 주셨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나는 여행자의 습성대로 그냥 눈 앞의 것을 사랑했을 뿐이었다.
오쇼의 사상을 배우면서 오쇼의 가족들을 사랑하였고 크리스찬도 아니면서 마더하우스의 새벽 미사에서 신의 경건함에 빠져들었을 뿐이었었다.

▲ 험하고 길었던 테이블마운틴을 내려가는 길.. 이 산만 내려가면 내일은 헤어지게 될 오쇼의 가족들,. 하지만 서로의 길에서 얼마나 든든한 마음의 동반자가 되어주는가..문득 생각하게 된다. ⓒ박근하 서울포스트

만약 누군가가 인생을 살면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묻는다면 길에서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와 나를 근거없는 믿음으로 강하게 묶어주는 종교의 힘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것은 신이어도 좋고, 사상이어도 좋고, 수행이어도 좋다. 내가 속해 있는 그룹이 얼마나 큰 일을 해낼 수 있을지는 알수 없으나, 내 영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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