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스트C
[서울포스트] 보수와 진보에 관한 단상
seoulpost서울포스트
2007. 5. 17. 22:58
|
제성호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07/04/11 23:03) | |
|
일본의 경우 좌우의 이념 ‘대립’이 우리만큼 치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념을 달리하는 좌우의 정파와 세력이 존재함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좌파세력이 상당히 미약한 반면, 우파가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좌파 세력에는 공산당과 지금은 거의 소멸하다시피한 사회당(사회민주당) 정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우파는 구 보수, 주류보수, 우익의 3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3개의 우파는 모두 일본의 전통과 일본적 가치를 중시하는 점에 있어 공통적이다. 또한 역사인식, 특히 2차 세계대전을 보는 시각, 천황제 유지 등에 있어서도 유사한 입장을 드러낸다.
구 보수, 주류보수, 우익을 구분하는 잣대로는 논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미.일동맹을 보는 시각과 다른 하나는 평화헌법을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구보수는 미일동맹을 지지하며, 평화헌법을 유지.고수(護憲)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요시다(吉田), 나카소네, 미야자와 수상이 이 같은 입장에 서 있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그에 비해 주류보수는 미.일동맹을 지지하지만, ‘보통국가론’을 내걸면서 평화헌법을 개정(특히 집단적 자위권 인정)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보수와 차이가 있다. 아베 현 일본 수상은 주류보수에 속하는 인물이다. 고이즈미는 구보수와 주류보수의 경계선 쯤에 있는 것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혹자는 구보수에 좀더 가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 우익은 다른 우파보수보다 더욱 강한 배타성(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을 보인다. 이들은 미일동맹 등 국제협력에 부정적이다. 한일관계에도 냉담하며, 헌법 개정을 지지하며, 일본의 대국화 및 군사적 진출을 꿈꾼다. 새역모 등을 조직해 역사왜곡에 앞장서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우익 혹은 극우(파)라고 불린다.
이 3개의 세력이 자민당 안에 들어가 한 지붕 3가족을 이루고 있는 게 금일 일본의 정치현실이다.
반면 좌파진영, 특히 공산당은 공산주의 이념 실현, 미일동맹 반대(미군철수), 천황제 폐지, 2차대전에 대반 반성, 평화헌법 개정 반대 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사회당과 공산당의 관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당은 사회주의주의를 내걸고, 헌법 개정 반대, 2차대전에 대한 반성 입장 등 공산당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공산당과 차별성을 갖는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에 대한 입장이다.
공산당은 조선로동당과 김일성의 북한에 대해 정통 맑스레닌주의에 배치되는 부자세습(또 다른 봉건적 군주제)과 수령독재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면서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공산당은 일본 의회에서 공공연히 북한체제를 비판했으며, 북한과의 당대당 접촉에도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들에게 있어 조선로동당은 공산당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 사회당은 북한(수령독재체제)을 옹호하고, 북한과 당대당 교류를 추진했다. 미얀마 아웅산묘소 폭파사건과 KAL 858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회당은 북한의 입장을 되뇌이는 태도를 보였다. 메구미 등 일본인 납북문제에 대하서도 사회당은 북한의 입장을 지지,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후일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사실 고백 등을 통해 사회당의 이야기가 거짓임이 밝혀지자 국민들의 지지는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한 때 도이 사회당 당수(여성)하면 속된 말로 인기 캪(Cap)인 때도 있었으나, 2003년 11월 중의원 선거 때 참패를 당했다. 앞으로 과거와 같은 정치세력화는 어려울 것이며 더욱 그 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일본 사회에서 극좌정당인 공산당은 미약하지만 건재하고 있다.
일본의 정치현실이 우리와는 전혀 다르지만, 일본의 경우에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 내지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하나의 교훈은 일본의 우파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공존하고, 때로는 국가이익을 위해 잘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개중에는 국수주의적 성향 등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을 나태내고 있음은 유감스럽지만 말이다.)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우파 내의 여러 세력이 서로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현상을 본다. 뉴라이트, 정통우파, 선진화세력, 강경우파, 이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방관적 우파 등등이 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좌파정권의 종식 및 교체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를 위해 서로 협력하려는 자세가 미흡하다. 구동존이(求同存異) 하면서, 좀더 대동단결, 분진합격(分進合擊)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다른 하나의 교훈은 일본의 경우 거짓말을 하는 정당, 수령독재에 대해 비굴한 자세를 보이고 그들을 옹호하는 정당, 또 무조건적으로 이들과 교류하고 협력하려는 정당은 도태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아무 조건없이 계속 햇볕만 쏘이면 북한이 변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수령독재체제를 옹호하고 그들과 뒷거래를 하려는 세력은 우리 사회에서 도태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이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금일 한국의 정치현실이다.
최근 프랑스를 다녀 온 한 중견학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유럽에서는 300만명의 북한주민을 굶어죽인 체제, 수령독재의 부자세습체제는 이미 실패한 체제임이 만천하에 알려졌는데도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북한을 옹호하는 친북좌익이 득세하고 있는데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정파, 그러한 정치세력은 없어져야 한다. 그러한 세력이 집권하고 있으면 반드시 바꿔야 한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우파가 힘을 합쳐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거짓이 계속 판치고 옳음과 진실이 탄압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리존뉴스 제성호 중앙대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