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스트연재

[서울포스트] 사하라를 건너는 법..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2. 7. 23:03
사하라를 건너는 길..
"아부체! 아부체!" 또다시 알라신에게 기도하는 시간인가?

박근하 기자 (기사입력: 2006/02/07 03:32)  

저녁부터 고장났던 트럭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밤하늘.. 서늘한 밤바람.. 사람들은 공기가 신선한 곳에 왔다고 말을 한다.

■ 나는 어떠한 것도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이 상황들을 기념으로 사진 찍을만큼 비인간적이지도, 강심장이지도 못했으니까..

모래 밖에 없는 사막 한가운데서 신선한 공기라니..? 기분에는 공기 밀도도 낮고 산소도 부족하구만... 난 잘 모르겠다.

트럭은 한참을 달렸다. 어느덧 잠들었는지 갑자기 사람들의 소리에 퍼뜩 잠이 깼다.

"아부체! 아부체!"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트럭에서 내렸다.
또다시 알라신에게 기도하는 시간인가?

사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트럭의 헤드라이트를 켰지만 사람들은 트럭의 옆부분에 몰려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손전등을 빌려달랜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트럭 아래에서 손전등이 켜진다.

바닥에 누군가가 누워있다. 사람들은 커다란 물통을 꺼내 그의 심잠에 들이 붓는다. 그의 목은 어깨쪽으로 쳐져있고 사람들이 몸을 흔들어주지만 축 쳐진 몸은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누군가 졸다가 트럭에서 떨어진 것이다.

트럭을 타고 달리는 동안 사람들은 몇 번이나 내게 위험하다고 주의를 줬다. 사람들은 가장 안전한 자리를 내게 안내해 줬고 짐들을 묶은 노끈을 잡고 있으라고 충고해 줬고 졸리면 불편해도 트럭 지붕 가운데로 들어가라고 잔소리를 했었다.

사막여행..
■ 이 트럭 한대 위에 저 많은 사람들이 다 타고 5일을 달렸다고한다면.. 믿으려나?

한낮의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선 트럭도 쉬어야 했다. 동양인 여자라는 특권으로 나는 약간의 그늘이 생기는 트럭 바닥으로 기어들어가 태양빛을 피할 때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시간들은 커다란 천을 서로 이어 간이 텐트를 만들거나 사막 위에서 천 하나를 온몸에 덮고 잠을 자면서 보내야 했다.

게다가 트럭은 몇번이나 고장나 가다 고치고 가다 고치고.. 아침과 저녁에도 엔진이 열받아서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했으니.. 이번엔 정말 피곤했었다.

시간이 지나도 쓰러진 사람은 깨어날 생각을 안한다. 사람들은 그의 주변에서 심장에 물을 붓고 맛사지를 해주고 몇몇 사람들은 알라신께 기도한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트럭에서 떨어지는 일은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가끔은 일어난다는 말인가..? 사람이 죽기도 하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다고만 대답한다. 말을 아끼는 건지.. 영어가 서툰건지.. 알 수가 없다.

그 와중에서도 내 옆에서 고이 잠든 10대 꼬마.. 꼬마의 코고는 소리에 우리의 대화는 다시 침묵속에 잠겨버렸다..

깊게 잠든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트럭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나는 트럭 아래로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밤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사막의 도시 빌마에서 트럭을 타고 달린지 벌써 이틀째이다. 그러나 잦은 고장으로 삼일이 걸린다는 트럭여행은 이미 사흘을 예정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죽었으면 어찌되는건지 생각했다.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시체를 버려두고 갈리는 없고.. 되돌아가던 앞으로 나아가던 우리는 저 시체를 끌고 이틀을 더 가야한다. 그의 죽음을 슬퍼할 가족이 있다던지 이것이 열악한 아프리카의 현실이라던지 이런 인류애적이거나 사회적인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 사라진지는 오래였다. 그냥 시체와 함께 할 여행이 끔찍했다.


■ 사막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내가 가본 사막에서는 그 어느별도 아름다움을 찾아볼수는 없었다.

 

MICHAEL PALEN의 사하라던가.. 사하라엔 어느 다른 사막과 같이 아름답게 지는 노을과 석양, 아름다운 오아시스 마을 따윈 없다고 했었지.. 그러나 나는 사하라의 한 가운데서 오아시스 마을을 찾아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열악한 테네레 사막에서 사막의 낭만도 어린왕자의 꿈도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

나는 그냥 오랫동안 사막의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작은 외침과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고개를 돌린 채 마냥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운전석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다시 사막 위에 천들을 깔았다. 몇몇 사람들은 잠을 자고 몇몇 사람들은 간단한 요리를 준비한다.

어찌되었을까.. 트럭위에서 아래를 한참 내려다 보니 조금씩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는 죽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떨어지면서 심장부터 부딪쳤다고 한다. 목부터 떨어졌으면 죽었을것을.. 그들은 알라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손전등을 빌려준 내게도 감사했다.

...트럭이 밤새 달려야한다는 사실을 이미 모두 잊고 있었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모두가 아침이 올때까지 잠을 잤다.

트럭에서 떨어진 사람은 다음날 운전석 옆자리에 누워 트럭 여행을 했고 저녁 때에는 그에게 내 특등석을 내 주어야 했다.

3일을 예정했던 트럭여행은 다시 5일이 되어버렸다. 다음날은 한쪽 바퀴가 사막 모래에 빠져 한나절을 다시 소비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6일을 아슬아슬하게 넘지지 않은것은 물과 음식이 떨어져 밤새 끼니를 거르고 달린 덕이다.

■ 기분좋게 시작했던 사막 여행.. 그러나 사막에서 돌아왔을때는 얼굴이 빨갛게 익고 입술은 퉁퉁 부어있었다.


끔찍했던 사하라 사막..

그래도 천만 다행이다. 살아있는 우리도, 시체인줄 알았던 그 사람의 심장도 우리가 달리는 내내 뛰고 있었으니까...



박근하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