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스트C [서울포스트] 유시민, 그 기백 다 어디로 갔나?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2. 8. 14:08 유시민, 그 기백 다 어디로 갔나? 장관직 사퇴하고, 어긋장난 개혁로드맵 수정하라 양재헌 기자 (기사입력: 2006/02/08 12:03)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청문회를 보고 있노라니 ‘저사람, 그 유시민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해찬 총리로부터 청문회에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교습을 받지 않고서야 어쩌면 그리 이해찬 총리의 청문회 과정과 흡사할까도 싶다. 장부가 기개가 있어야지. 의원을 하면서 그렇게 소신껏 목청을 높이고 딴지걸기를 밥먹듯이 하였으면 아, 내가 그간 너무도 잘못했구나. 허심탄회하게 수용을 하고 사퇴를 하던지, 아니면 끝까지 소신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노대통령은 당신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장관으로 내정을 하고서도 얼마나 고뇌를 하고 있는지 유의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어느날 보니 상대방을 조롱하고 조소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더라. 장관을 잘 해낼지 걱정된다.’고 토로했을까. 노무현대통령의 정의감과 개혁에 대한 철학은 불문가지이다. 의리있고 불의를 보면 참을 줄 모르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금 이렇게 초라하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목표만 좋으면 무얼하느냔 말이다. 과정이 목표를 죽여온 것이 그간의 잘못이라는 걸 진정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다혈질이면 당신같은 충신들이 그 단점을 커버해 주기 위해서라도 자세를 낮추고 겸손하게 다가가는 것이 진정으로 1인자를 보필하는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상대방을 몰아 붙이고,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식으로 더 기고만장하였으니 어찌 개혁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그에 대한 교훈을 지금 뼈저리게 학습하고 있는 것이다. 나랏님을 보필하는데 있어서는 목숨을 내놓고 진언을 불사했던 과거 우리 선조들의 선비정신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개혁정신 자체는 박수를 보내는데 왜, 국민들은 거꾸로 손가락질을 하고 ‘저 귀신 누가 안 잡아가나.’ 체념하고 임기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인지 국민들의 그 참다한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유의원이 그렇게 목숨을 걸고 충성하는 대통령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유시민 내정자는 지금이라도 국정운영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관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제가 너무 교만했습니다. 교만이 넘쳐 대통령을 욕되게 했습니다. 남은 임기동안만이라도 장관을 포기하고 의원으로서 대통령의 개혁철학을 완성하는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하고 선언하는게 당신다운 기백이고 처사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지금껏 갈팡질팡 모로만 가는 개혁정책이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연구해서 그 합리적인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더욱이 정치는 상대가 있는 법이고 대연정을 제의하기도 한 상대이니 만큼, 한나라당과 가슴을 열고 진정으로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로드맵으로 협상한다면 한나라당에서도 거부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향상된 의식이 까마귀같은 정치꽁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에는 유의원이 증오하는 까마귀들만 있는게 아니고, 유의원이 좋아하는 백로들도 다수가 있지 않은가. 까마귀 밉다고 감정적으로 모두를 까마귀로 취급해 버린다면 정녕 유의원이 원하는 개혁정치는 하대명년이 될 것이다. 바로, 민주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는 진리를 깨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외곩수로 나간다 해도 유의원은 제갈공명과 같은 지혜로 상대편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전략을 짜내어야 진정한 충신이 되는 것 아니겠는다. 유의원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유의원이 그 특유의 기백을 다시 찿길 바란다. 구걸하다시피 장관 한자리 할려고 비굴하게 읍소하지 말고, 당신의 원래 색깔을 찿아서 당당하게 나서길 바란다. 단 교만과 아집을 빼 던지고 ‘그간 제가 교만했습니다. 이제야 국정의 정도를 깨쳤습니다. 국민과 의원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장관직을 사퇴하겠습니다. 그리고, 의원으로서 진정으로 국민에게 봉사를 하겠습니다.’ 고하고 의원으로 돌아와서 다시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앞장선다면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과 당신의 국정철학과 개혁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다시 수정하고 제시한다면 떨어져나간 국민의 지지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노대통령도 또한 진정으로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대통령은 요즈음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하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은 정말로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원하는 사람이 아닌가. 누구보다도 유의원이 잘 알 것이다. 나를 죽임으로써 나도 살고 대통령도 살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억지로 매달려서 장관을 한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유의원에게 왕따라는 오명을 씻을 수는 없을 것이고, 국정 또한 제대로 수행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부디, 유의원다운 용단을 내려서 당당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나라를 위해서 다시 봉사할 수 있는 올바른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도 유의원도 성공한 정치인으로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국민은 그만큼 지혜로와졌기 때문이다. ▣ 시사평론가 양 재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