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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시론>각성해야 할 한나라당 '소장파'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7. 26. 10:16
<시론>각성해야 할 한나라당 '소장파'
집권당에 말 한마디 못하고 당 지도부 비판 일색은 진정성에 의심
심천 자유기고가 (기사입력: 2006/07/24 16:31)

노년의 매력은 신중한 지혜로움에 있지만 젊음의 매력은 도전에 있다. 단 몇 %의 가능성을 보고도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젊음이다. 40여년 전 김영삼, 이에 동조한 이철승, 김대중이 그랬다.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낡은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열정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을 파고 들었다. 당시 신민당 총무이던 김영삼씨는 초산 테러에도 굴하지 않고 막강한 군사정부 권력에 맞섰다.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절대권력에 도전하는 데서 참신한 정의감을, 그리고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과감한 헌신에서 유권자들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7.11 전당대회를 겨냥해,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주축이 되어, ‘당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모임(미래모임)’이라는 정치적 그룹이 결성되었다. 초선, 소장, 중도파 의원들이 연대했다. 젊음을 앞세운 ‘미래 세력’이다. 단일 후보를 내어 당 지도부에 진입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였다. 맞장 토론 같은 이벤트로 기세를 올렸다. 동조 세력이 114명까지 불어 났다. 권영세 의원이 이들의 단일 후보로 추대 되었다. 지도부 입성은 거의 확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권 의원은 6위 득표에 그쳤고 5명을 뽑는 최고위원에 들지도 못했다.

미래모임은 모종의 흑색 작전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소장파 대표격인 원희룡 의원은 “평소 당의 변화와 개혁에 마음을 두지 않던 분들이 특정 주자를 뽑기 위해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투표과정에 들어왔다” 며 소위 작전세력이 미래모임에 참여해 투표에 임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일후보를 놓고 권 의원과 겨루었던 남경필 의원도 “경선 중반이후 작전세력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들어 왔다”고 가세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표 쪽을 의심하는 듯 하다. 평소 박 전 대표와 사사건건 대립해 오던 남 의원이 단일후보가 되는 것을 막기위해 친 박 세력들이 대거 참여해 권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어 단일후보를 세워놓고, 정작 본선에서는 외면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럴 듯 해 보이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대한 오류가 있다. 자신들의 잘못 또는 묵인행위는 덮어두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주장한대로 작전세력의 개입이 있었다면 그때 경선중단을 선언하거나 그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침묵했었다. 왜 알면서도 ‘묵인’했을까? 세 불리기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권 의원이 당원투표에서는 5위를 했지만 일반인 여론조사에서는 8명 중 7등을 했다. 그런데도 ‘작전세력’에 책임을 떠 넘기려는 태도는 아무래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들어 났듯이 한나라당 소장파들에게 위기가 왔다. 소장파들이 외면 받는 것은 개혁과 투쟁을 바라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장파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막상 정권을 상대로 한 투쟁에는 관심이 없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오히려 집권여당의 2중대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과거사 청산 논란이 한창일 때 이들은 “유신을 사과하고 정수장학회를 내놓아라”며 당 대표를 압박할 줄은 알면서도 막상 정권의 잘못이나 실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들이 주창해 온 ‘개혁’은 알맹이 없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같은 당원들조차 “지도부나 기성질서를 비판하는 것이 개혁의 전부인줄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래를 약속하지 못하는 젊음은 헛될 뿐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소장파는, 그들이 비판해 온 기성세력과 다름없는 또 하나의 식상한 정치 집단일 뿐이다.

▣ 자유기고가 심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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