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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시론>러시안 룰렛 게임으로 치닫는 안보 포플리즘!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8. 21. 15:10
<시론>러시안 룰렛 게임으로 치닫는 안보 포플리즘!
과유불급이라, ‘반미면 어때?’하고 나서지나 말라
양재헌 시사평론가 (기사입력: 2006/08/20 11:47)

▲ 서울포스트 자료사진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안보 포플리즘! 노무현정권의 철딱서니 없는 불장난이 또다시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다. 그 폐해가 독약이나 다름없는 포플리즘 안보공방이다.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2.1%가 작전통제권 환수가 아직 이르다고 응답했고, 31.4%는 환수할 때가 되었다고 응답을 하고 있다.

한겨레가 8.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52.5%가 전시 작통권 환수에 답을 하고 40.3%가 미국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환수이후 대북 전쟁억지력 등 안보가 우려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한다’가 61.3%로, ‘동의하지 않는다’ 35.9% 보다 훨씬 많았다. 가져 오는데는 욕심을 내면서도 정작 안보에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소위 안보 불감증에 빠져있는 국민의 상당수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정작 안보위기에 있어서는 60%가 넘는 국민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여론조사의 왜곡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책임이 따르지 않는 대중의식과 여론조사가 빠질 수 있는 이율배반적 함정인 것이다. 내 욕심은 채우고 싶지만, 상대적으로 손해 보고 싶지 않은 이중구조의 발로이다.

이렇듯 국가 중대사는 관계 당국과 전문가가 국익의 토대위에서 냉철하게 전략을 세우고 대처를 해나가는 것이지 여론이라는 도마 위에 올려놓고 갑론을박 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10%대의 지지율에 머룰러 있는 노무현대통령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이젠 도를 지나쳐 국가와 국민을 죽음의 수렁으로 내모는 좌파적 안보 포플리즘 정책으로 러시안 룰렛 게임을 자청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말이다.

대통령이라는 국가지도자가 무뇌아처럼 ‘반미면 어때?’ ‘미국이 말하면 한국 대통령이 무조건 예, 예 해야 한단 말인가?’ 라고 유치반짝한 소리를 예사로 하고 있으니 참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안보문제를 언론이라는 도마위에 올려 놓고 무책임하게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철없는 얼라들이 장난삼아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듯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안위를 볼모로 잡고 집권 여당과 대통령이 군사전략에 관한한 비전문가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올바로 판단 할 능력이 없는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주국방, 주권국가의 자존심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재갈 물리듯 하면서 말이다. 바로 이것이 안보 포플리즘이다.

포플리즘의 역사는 반세기를 훨씬 넘는다. 다수의 빈민과 서민층의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던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가 대표적인 포플리즘으로 알려져 있다.

1946년 집권한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부는 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저소득계층의 임금을 올려주고 복지를 획기적으로 늘려 주는 포를리즘 정책을 폈다.

노동단체에는 전례가 없는 각종 혜택들이 주어짐으로써 노동자 대중들에겐 이같은 행복한 기억들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고 이는 페로니즘으로 승화되었는데 ‘페론의 功’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포플리즘의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하였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5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던 이 나라가 20세기 후반에는 국민 두사람중 한사람은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해버린 경제후진국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남미의 진주’가 새까만 숯덩이로 변해 버린 것이다. 이처럼 아르헨티나가 급격히 추락한 것은 ‘남미병’의 상징인 포플리즘 때문이었다.

포플리즘 정책은 없는 자의 이익을 옹호한다며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국민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정치적 접근은 더할 나위 없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따라서, 좌파적 포플리즘 정책의 폐해는 독약이나 다름없다.

페론의 좌파적 포플리즘 정책이 우선 당장은 곶감 먹듯 달콤 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들로 하여금 일하지 않고도 먹는 데에 맛을 들이게 하여 나라 전체를 실업자들로 득실거리게 만들었고, 넘쳐나는 도둑을 막기 위해서 집 전체에 온통 철창를 치고 살아야만 하는 음험한 철창국가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인기 영합주의, 선동정치, 생산이 없는 분배위주의 포플리즘 정책이 나라를 어떻게 망가트리고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값진 사례이고, 국가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역설적으로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페론의 좌파적 포플리즘은 국민의 태반을 거지로 만드는 것으로 끝났지만, 노무현대통령의 좌파적 안보 포플리즘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담보로 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미 연합사의 작계 5027은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완벽한 방어체계라고 한다. 전시 작통권이 한미 연합사령관에게 주어져 있는 작계 5027에 따르면 전쟁 발발시 미군은 1300조원에 달하는 전력을 증원하게 된다고 한다.

소위 그 규모면에서 한국의 전력을 물탱크에 비유한다면 미국의 전력은 소양강댐이라는 것이다. 우리 국력으로 그만큼 갖추려면 10년치 예산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하는데, 자존심 때문이라면 너무나 바보같은 짓이라고 천용택 전 국방장관이 개탄을 하고 있다.

이렇게 훌륭한 5027 작계를 세계의 여타 국가들은 부러워 안달이라고 하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안보우산이라는 대들보를 송두리째 뽑아 버리겠다고 기고만장을 하고 있으니 이 바보같은 정권의 무모함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참 막막하기만 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전시 작통권 환수가 제2의 에치슨라인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또다시 북한의 오판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2만여명의 특수부대를 포함한 120만에 달하는 정규군과 400만명이 넘는 노동적위대를 무장시키고 있어 북한의 초기 전력은 6.25와 같이 순식간에 수도 서울을 점령하고도 남는 전력으로 결코 과소평가 해서는 안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경제가 바닥이라 전쟁수행능력이 없다고도 하지만, 아무리 바닥이라고 할지라도 북한의 장사정포가 수도권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고 전국 주요 도시를 대포동과 같은 미사일로 공격한다면 손바닥만한 우리 국토는 삽시간에 불바다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이 북한이 핵전력으로 무장을 하고 국민의 정부 이후 관심밖으로 밀려난 북한의 땅굴이 지금 어디에선가 수도 서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대책없이 전시 작통권을 자진해서 환수하겠다니 어디 이게 말이나 될 법한 바보짓인가 말이다.

노정권은 전시 작통권을 환수하게 되더라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거 미군의 증원군이 오게 되어 있다고 한가한 소리를 내뱉고 있다. 그러나, 반미정서가 팽배해 있는 이러한 상황속에서 한국을 위해 미 의회와 미 여론이 60만명 이상의 대군을 흔쾌히 보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대난망이다.

또한, 미국은 대륙세력의 해양진출을 막기 위한 전략지역 방위차원에서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하여 왔지만, 이제는 전략적 유연성의 세계전략에 따라 해외 미군을 재편하면서 유사시에 주한미군을 분쟁지역에 투입시키겠다고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스스로 전시 작통권을 가져가겠다고 하니 미국으로선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말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줄 수 있다고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나서서 이례적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이상이 없다고 반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영남민심이 노대통령을 ‘부뚜막에 앉혀놓은 얼라 같다.’고 걱정을 한다고 한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반문하지 말고 차라리 과유불급이라는 교훈을 새겨서 나서지나 말고 뒤에 물러 있는 것이 차라리 국민을 도와주는 일이 될 성 싶다.

▣ 시사평론가 양 재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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