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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수필> '예수천국 불신지옥'에서 보이는 '플라시보, 플라세보' 효과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11. 6. 01:05
<수필> '예수천국 불신지옥'에서 보이는 '플라시보, 플라세보' 효과
'긍정의 힘'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의무자로서 지켜야 할 '원칙의 힘'
양기용 기자 (기사입력: 2006/10/06 02:13)

교회를 열심으로 다니는 사람중에서 난치병이 수월하게 낫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봉사가 디카를 들고 다니며, 벙어리가 찬양을 하는 기적이 일어나 주위를 놀라게 하는 일이 있기에 예수만 잘 믿어도 현세에서 기적을 체험하기에 충분하다.

기적을 믿는 사람들은 그들이 반드시 천국에 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으며, 공부를 하면 책을 통째로 외울 것이며 1등을 할 것이라고 강한 자기암시 속에서 생활한다. 무슨 일이든 주 예수와 함께하기에 그르칠 염려가 없으며 잘못될 일도 없다. 잘못되었다면 후일을 위한 시험으로 받아 들인다.

'이 산이 저 바다로 옮겨질지어다'고 기도하면 바다 가운데에 산이 우뚝 솟아난다. 산이 생기지 않으면 생길 때까지 기도한다. 그래도 생기지 않은면 죽을 때까지 기도한다. 죽을 때까지 생기지 않으면 죽은 후에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믿거나 천국에 가면 그렇게 돼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죽는다.

이것이 믿음의 근본인 맹목성이기에 기독교가 '흐르는 물처럼'이라는 자연사상에는 맞지 않는다. 범접(?)할 수 없음은 예수가 내 죄를 대속하였으며, 내 죄를 씻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대신 피를 흘렸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 들이며 슬피 울고불고 해야 하는데 일반인들은 이 네크라인에서 다 나가 떨어진다.

그 라인을 통과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갈등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해결할 수 없다. 이것이 종교분쟁의 한 양상이다.

우리나라도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의 1/4을 차지해서 평일에도 길가에서 쉽게 찬송가를 들을 수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을 동양의 이스라엘이라고 공공연하게 설교하는 목회자도 상당히 많다. 독립한 시기와 핍박받은 민족으로 친 서방의 힘을 빌렸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서구 기독교 세력을 확장하는 전진기지로 삼았다거나 이스라엘에 기름붓는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가 한반도에도 일어날 것이라는 기독교인의 믿음은 신자를 넘어 환자적인 생각이다. 이른바 플라시보 효과가 건전한 믿음 뿐만 아니라 과대망상에도 똑같은 효염을 나타내는 것을 증명해 준 예이다.

얼마전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약이 오리지날과 복제약, 밀가루약으로 분류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같은 병에 효과가 있는 약 중에 제약회사가 최초로 신약으로 개발해서 단독판권을 갖는 오리지날약과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거친 복제약, 성분은 오리지날과 똑같지만 약효는 크게 떨어지는 밀가루약이 바로 그것이다.

플라시보,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란, 약리학적으로 비활성 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해 유익한 작용을 얻는 경우로, 밀가루 반죽을 감기약으로 속여 효과를 본 예들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 반대의 경우를 노시보,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하는데 부정적인 성향의 환자에게 아무리 좋은 약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때맞춰 '긍정의 힘'이라는 책이 스테디셀러로 잡리 잡았다. 긍정의 놀라운 기적이 기록되어 있으며 긍정이 부정보다 훨씬 큰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말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좋은 것이 좋고, 가능하다는 믿음이 불가능하다는 생각보다 결과에서 달리 나온다는 것은 누구나 안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긍정이라는 정당성 아래 진실의 왜곡도 함께할 소지도 있다. 수많은 지상의 선악이 하늘의 원리로만 판단될 수 없고 하늘도 지상의 선악을 낱낱이 가려낼 자(尺)도 없을 것이다. 하나님은 수십억 년전부터 거기 계신 하나님이기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보름달 속 토끼방아를 가르키고 있지만 기독교인은 고작 하나님 손가락 끝의 예수만 바라 보는 것이 아닐까. 종교적이건 비종교적이건 긍정의 힘이 구원에도 이르게 할 수 있지만 그보다도 많은 사람 속에서 자기의 주어진 역할을 해야하는 의무자로서의 개개인에게는 오히려 '원칙의 힘'이 더 큰 힘으로 작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이분법으로 긍정을 유도하는 것보다 원칙을 세우는데 힘을 모아야 사회가 건전해지지 않을까...8월 한가위 보름달을 보고 있노라니 별별 생각이 다 들어서 함 써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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