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가족에게 '충동구매하지 말아라' '공짜점심은 없다'라고 말하던 내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공짜 점심성 충동구매를 하고만 것이다.
어느날 오후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이 요란히 울려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박사님'으로 시작하는 상냥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지는 나를 국내국지의 C일보가 VIP200중 한명으로 뽑았는데 회원 가입하면 그 신문에서 발간하는 주간 비지네스지 한부씩 보내주고 때따라, 철따라 음악회,전시회 등 초대권을 보내주고 좋은 영화시사회권2매를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월회비가 15,000원 정도이니 부담갖지 말고 가입하라는 권고였다.
평소 공짜는 좋아하지 않아 사양했는데 다음날도 전화오고 그 다음 날도 또 전화하여 상냥한 목소리로 권고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조블에 쓰는 내 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고 있다며 참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하여튼 내 팬이라는 달콤한 말에 현혹돼 그냥 승낙하고 말았다. 자료 받아보고 가끔 영화시사회나 음악회에 가면 집사람도 좋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돈도 매월 그정도는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우선 1년만 가입하기로 했다.
바로 카드가 우송돼 왔는데 약관에 최소가입기간이 2년으로 돼 있고 전화로 한 약속은 효력이 없다고 쓰여있었다. 찜찜한데 그냥 두고 있으면서 추이를 보기로 했다. 주간지는 열심히 오는데 볼만한 내용이 별로 없었다. 마침 크리스마스와 년말이 끼어서 괜찮은 초대장 하나 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 연락이 없어서 드디어 전화를 해보았다. 그랬더니 초대장이 우송돼 왔는데 보니까 대학로연극표인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모처럼 집사람한테 가볼까 하는 의사를 물어봤더니 젊으애들 취향이라 가기 싫다고 하였다.
그런데 얼마 있다가 카드결제란을 보니 1년치를 한꺼번에 결제했고 또 수수료조로 3,300원정도를 부담시켰다. 아무리 큰 금액도 수수료 부담하지 않으려고 일시불로 결제하는 내 성격에는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것 저것 꼼꼼히 따지지 않고 신용카드번호를 불러준 내가 잘못한 것이었다. 이제와서 따지거나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냥 넘어갈려니 가족들이 알까봐 기분이 언짢아 진다.
충동구매를 한 내가 바보가 된 것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충동구매 하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좋은 부동산을 사라든지 젊은 여자와 전화데이트를 하라든지 대출을 쓰라든지 충동한다. 충동은 나만 받는데 아니다. 바로 몇년전 대선이 끝나고 유명대학의 여교수가 우리국민이 노무현대통령을 충동구매한 것이라고 일간지에 칼럼으로 쓴 것을 읽어봤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 여교수의 분석대로 충동구매의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국민수준이 다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시 충동구매성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후보를 꼼꼼히 검증하지 않고 그럴것이라고 속단을 내리는 성향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선후보를 건강, 정책, 능력, 이념성향 등을 검증할 제도를 만들거나 운영하지 않고 개헌같은 문제들을 들고 나와 시간을 허비하려고 하고 있다. 개헌문제다음엔 남북문제, 한미FTA등으로 또 정신을 빼놓을성 싶다.
어떻든 올해는 충동구매는 말아야지 다같이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논설위원 교수 고 일 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