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저녁 광화문통에서 오랜만에 지인에게 전화했더니 마침 부근에 있다기에 잘됐다싶어 얼굴이라도 보고 온 일이 있었다.
통화중 그는 모신문사 창립식에 참석, 마당에서 바베큐파티를 하고있는 중이므로, 빨리 달려와 소리소문없이 양껏 먹으면 행사가 빛나는 자리라고 했다. 그런 일은 별일을 제끼고 달려가야 한다. 그리고 그 같은 창립식은 1년에 한번이 아니라 매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차들이 라이트를 부릅켜고 쌩쌩 달리는 광화문대로 옆에서 숯불구이에 요즘유행한 박근혜주, 이명박주를 마시는 것도 일품이었다. 도심 노천에서 알딸딸한 상태로 세상을 봐보는 것도 그 낭만중 하나.
열 시 가까울 무렵, 시청앞에서 무슨 규탄대회를 하고 온다는 몇 사람도 합석했다. 알고보니 그들은 초본유출사건에 대단히 고무된 이명박측 지지자도 섞여 있었다.
이리저리 잔이 오가면서 정치적인 얘기로 분위기가 뜰 쯤 어느정도 신분들이 노출되자,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이 '아, 그러십니까'라고 인사한 후, 자신은(도) 박근혜 쪽(한나라당)에서 일하는 특보인데 이명박 쪽 특보에게 명함을 건네며 '특보님, 명함 한 장 주십시오'라는 것이었다. (이하 '박근혜측' -> ㅂ, '이명박측' -> ㅇ)
ㅂ 특보의 명함을 받아 든 ㅇ 특보는, 자신은 명함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며 '(ㅂ 특보 명함을 반쯤 구겨 들고) 요즘 특보 명함은 개나 소나 다 준데이..ㅇ캠프에 있지만 ㅂ캠프 고위자 아무나하고 직빵으로 통화하는 사이다..쌔깔린 게 특보아이가.. ㅈ도 아니데이..'라는 거였다.
[광고] - (건너 ㅇㅇ일보사 옥외광고판에는 개 떼가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알래스카설원이 펼쳐진다.)
자신의 명함이 구겨진 것을 본 ㅂ 특보는 정중히 말하더라. 'ㅇ에서는 개나 소한테까지 특보 명함을 내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ㅂ에서는 사람한테만 준 것입니다'라고. 그는 이어 'ㅂ에서 1000만 명에게 풀었다고 해도 나는 명함을 가보처럼 소중하게 취급한다,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마무리 짓더라.
내가 듣기론 ㅂ 특보 300명 나올 때 ㅇ 특보는 1000명 이상 설이 있었다. '전군의 간부화'라는 북한의 4대군사노선처럼 전 국민을 특보화하면 경선도 이기고 대선도 이길 수 있다. 간단한 계산이다.
그러나 그런 곳에 모인 사람들은 알다가도 모를 해괴한 행태들이 허다하다. 저마다 대단한 내공이 있어, 자기가 대통령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라든가, 자기가 엄청난 기도나 공을 쌓았기에 그가 대통령이 될려면 반드시 자기말을 들어야 한다라든가, 자기만의 특수한 처방을 따라야 빛을 본다라든가..하여간 해리포터 마법사는 저리가라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만화를 그려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사실, 하는 일이 변변치 않는 놈팽이거나 허풍선이들로서, 한사람 자기편으로 만들려다 기존 열사람 떠나게 만드는 간신이다. X나게 바닥 표심을 훑고 다녀도 몇 명 설득할까말까하는 판에 말이다.
최근 김해경이라는 자도 망우리공동묘지에서 도를 닦았다고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오락가락, 횡설수설하더니 결국 감방에서 썩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지자, 특히 특별보좌관은 주군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군에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비록 한장의 명함일지라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건네야 할 일이다.
그날 모습은 기고만장한 ㅇ이 ㅂ을 깔아 뭉게는 형태였다. 내일도 해가 뜨면 사람과 개나 소 수 십마리가 대치할 것 같다. 그때마다 옥외광고판에는 개 떼가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알래스카설원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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