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판에 서서
만상이 흩어진다.
겹겹이 쌓여가던 맹세도,
너와 나의 인간적 헛됨 앞에서
한낱 초라한 몰골로 손을 흔든다.
오가는 것이,
어찌 저기 떠가는 구름 뿐이고,
또한 여기 맴도는 바람 뿐이랴.
지친 발길 매섭게 뿌리치는,
우리 안의 이기적 욕심과,
그것들이 뿜어내는 독살스런 기막힘이지 않더냐.
향배도 모른 채,
이제 그만 길을 나서는.
이것 또한 피차 부질없는 물음이라 하자.
그래서 더는 상처 입지 않아도 되고,
혹은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는,
지금 우리 안의 정직한 깨우침이라 하자.
벌판에 서면
또 어김없이 오가는 구름이 있을테고,
바람 또한 이곳 저곳으로 휩쓸릴테니......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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