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랜드 출판 이형 지음
달연 예쁠아 그림 및 디자인 2006년 6월 9일 출간
글에 대하여
상상이란 보지않고 그려내는 재주를 말한다. 헬렌켈러가
나무와 숲과 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그 만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사랑과 섹스에 대한 헬렌켈러적
시각은 어떤식으로 묘사해야 할까?
상상이란 어떻게 하더라도 틀리지 않는 시각을 말한다. 오동나무꽃 모양과 그 향으로 여자를 묘사해
낼 수도 있고 근사하고 우람한 서어나무 줄기를 보고 남자를 연상할 수도 있다. 꽃을 꽃으로 보지 않는 것처럼 사랑과 섹스를 그 자체로 보지않고
상상 속의 다른 흔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면 참 멋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사랑과 섹스에 대한 아주 특별한
상상"은 그런 흔적들을 찾아보는 여행이기도 하다. 카프카의 성(城)이 성(性)으로 엇갈렸음에도 소설 '성城'의 본질이 '성性'에도 그대로
묻어있다는 성곽을 여행하기도 하고 ,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사랑과 섹스를 통하여 이해하기 쉬운 이론이 되어버린 마을에 머무르기도 한다.
또한 우주와 유일하게 소통되는 언어라는 신음소리 나는 계곡을 지나치기도 하고 인생은 섹스와의 시소게임이라는 개똥철학관에 들르기도 한다.
상상은 현실적이지 않아서 좋다. 편하다. 그래서 많은 이유들로 인해 그 정의마저 모호해져버린 사랑과 섹스에 대하여 또 다른 상상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유로운 일이다. 청년이 되어 돌아온, 섹스가 궁금한 어린 왕자를 만나는 것이나 중년이 되어 죽음을 배우기 위해 다시
지구를 찾을 어린 왕자를 기다린다는 것은 비교적 멋진 상상이라 할 수 있겠다.
섹스는 사랑의 오르가즘의 끝에 남아있는 마지막
화룡점정같은 것이다. 역시 사랑과 섹스는 함께 움직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서 제목도 "사랑과 섹스에 대한...."이다. 그리고 지금껏 누구의
눈에도 밟혀보지 않은, 누구의 귀에도 울려보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 아주 특별한 "이라는 말을 붙였고 어쩌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에 "........ 상상"이라는 말을 끝에 덧붙였다.
그림에 대하여
'섹스 코드가 아니라 욕망에 관한 코드로 갑시다.' 라고
말을 해 놓고는 마음이 무척 까끌스러웠다. 욕망이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에 숨겨진 흔적을 말하는 것인데 그것을 그려내라 하였으니 그도 무척
당황스러웠으리라. 얼마지 않아 그는 선과 면을 통해, 그리고 색을 통해 몸으로부터 삐져나오는 끈적거리는 흔적들과 마음으로부터 부풀어 오르는
욕망들을 단호히 그려냈다.
여체를 보고 싶어하는 남자들의 욕망을 관음의 시각으로 훔쳐냈고 자신의 매력을 은근히 내 보이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욕망을 반 투명 거울의 뒷면에 서서 모른 척 태연하게 그대로를 베껴냈다.
그림들은 글에 대한 삽화가 아니다. 달연은 남의
글이 실린 이 책을 통채로 자신의 전시회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의 발칙한 상상이 책을 더욱 '상상스런' 책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의 도도한
상상에 책은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아 버린 듯하다.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높이 높이 날고 싶은 욕망의 날개 말이다.
책 "사랑과 섹스에 대한 아주 특별한 상상"은 사랑과
섹스에 대한 지극히 순수한, 어른들의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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