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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칼럼] 정운찬 교수의 정치성(政治性)

seoulpost서울포스트 2007. 3. 8. 15:11
[칼럼] 정운찬 교수의 정치성(政治性)
시사정치경제유머와 위트
고일남 논설위원 (기사입력: 2007/03/04 23:04)

정운찬교수가 정치계로 나갈까 안나갈까? 대권후보로 출마할 것인가 아닌가?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왜냐하면 정치권에선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본인은 정치적인 제스쳐를 취하면서 부인하는 말을 계속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리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그의 몸값 올리기인가, 아니면 여건의 성숙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여러가지의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서는 그의 과거 행적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경제학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은행에 잠깐 근무하다가 미국에 유학가서 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대학에서 조교수로 있다가 돌아와서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장과 총장을 모두 거쳤다.

경제학의 대상은 대부분의 경우 국가이다. 즉 정치학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다루는 학문이다. 그러길래 경제학자로서 이론을 공부한 사람들은 직접 나라를 다스려 보고 싶어한다. 즉 소신과 이론을 실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어느 학문에 못지않게 강하다는 뜻이다.

그가 좋은 이미지를 매스컴과 국민들에게 남겨 준 첫번째 케이스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고 얼마 안 있어 일개 평교수인 그에게 한은총재를 맡아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그가 사양하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다. 그의 입행동기들이 겨우 한은에서 부차장을 하고 있는데 그에게 총재를 맡아달라고 했으니 대단한 파격이었던 것이다. 그가 한은에 잠깐 이나마 근무했고 또 화폐금융론을 전공했으니 자격은 갖춘 셈이었다. 그러나 한은총재는 한은에서 임원을 역임하고 시중은행장을 한번 경험해보고 나서 맡는 게 관례였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세에 혈안이 돼있고 선을 대거나 자가발전을 하여 한자리 할려고 하는 세상에 그가 한은총재자리를 사양하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경제부기자들은 정운찬교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기 시작하였고 그의 의도가 뭤인지 해답을 얻으려 노력하였다.

경제기자들은 그가 얼마 있다가 총장선거에 전격 나옴으로써 그의 의도를 알아챘다. 즉 서울대총장을 거치고 더 큰 뜻이 있음을 간파한 것이었다. 사실 그는 서울대의 관례에 따르면 아직 총장에 입후보할 서열이 되지 않았다.그 보다 4-5년 선배들의 차례였던 것이다. 즉 총장을 마치고 나면 정년이 돌아와서 자연스럽게 퇴진하는 관행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전격 출마선언을 하자 선배들이 양보할 수 밖에 없었고 또 그는 파격적인 공약을 들고 나왔다. 총장공관을 허물고 빌라(아파트)를 지어 집없는 교수들에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개혁적인 자세였던 것이다. 하여튼 그는 당선됐고 첫 시련은 참여정부에서 서울대를 격하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묵묵히 지켜보던 그는 참여정부에 저항하기 시작하였고 드디어 참여정부에서 작업을 중단하게된다. 여기에서 그는 두번째 이미지업(image up)이 된다.

서울대총장으로서 그의 두번째 시련은 황우석사태이다. 황우석사태가 터지면서 그는 강경처벌쪽으로 나갔고 국제특허를 취소조치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게 된다. 특히 국제특허를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황우석교수와 허위논문에 서울대의 여러 교수가 관련됨으로써 그는 지휘감독의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누가 거론하면 그는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정부나 언론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과기부 등 정부는 화살을 피하기에 바빴고 언론은 그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그 가 평소 언론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둔 덕이거나 언론과의 원활한 관계 덕택이었을 것이다.

시련을 겪으면서도 시간을 흘렀고 총장임기가 다가오자 그는 정부에 쓴소리를 하거나 교육당국에 저항하면서 매스컴과 국민들로 부터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총장직을 내던질 자세에 참여정부도 어쩌지 못하고 그의 임기를 지켜줬다. 여기서 그의 승부사의 기질을 또 읽을 수 있다. 만일 정부가 그를 해임하면 영웅이 될 것임을 그는 계산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자연스럽게 그는 세번째로 이미지업이 된다.

그가 평교수로 돌아가서도 메스컴의 주목을 받을 만한 발언을 했다. 한미 FTA협상 등 현안문제에 문제제기를 하였다.구체적인 대안은 아니지만 다시 이미지업이 된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자. 여당쪽은 특히 김근태 전 의장쪽은 당권을 맡아 보았지만 본인 포함 적절한 대선후보가 대두되지 않아 고민하든 차에 정운찬이란 불쏘시개(정운찬의 표현임)를 찾아낸 것이다. 여당이 불쏘시개도 되고 흥행카드도 되는 '정운찬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본인이 의중을 피력하였다.

그가 대권에 나서지 않는다는 간접적인 의사를 여러번 피력하자 국민들과 정치권도 그렇게 받아들이나 했는데 그는 고향인 공주향우회에 가서 정치인 뺨치는 정치연설을 하였다. 그러니 헷갈릴 수 밖에.

우리나라의 정치구도를 볼 때 지역구도를 무시할 수 없는데 김종필의 자민련이 쇄락하고 나서 국민중심당이 나섰지만 지자제선거에서 대패하고 아직 충청권을 대변할 지도자가 없는 실정이다.그러니 정치권도 그렇고 본인도 어떤 역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 살펴 본 바와같이 그는 정치성이 강하고 또 기회가 되면 전광석화같이 붙잡는 기민함도 있다. 그가 승산없는 게임은 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말했듯이 그는 승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계속 안개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정치권의 러브콜이 거세지자 정치적인 행보를 강화하면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진지하게 생각중이라는 진일보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정치경험이 없고 또 실무경험이 없는 학자에 불과하므로 대권에 바로 도전하기 보다는 경륜을 쌓았다가 차차기를 도모하는 것이 본인이나 나라를 위한 길이 아닌가 한다.

결론적으로 정운찬교수는 정치가로서 자질도 있고 능력도 있다. 그러나 그는 정치에 경륜이 없는 학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아야한다는 점이다. 국민들이나 오핀니언리더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미지만 갖고 대선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 논설위원 교수 고 일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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