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강수정 아나운서에 이어 MBC의 김성주 아나운서가 연예기획사로부터 거액의 스카웃비를 받고 이적하여 방송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토로하며, MBC의 한 간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에 MBC의 MC자리는 없다”는 선언까지 하게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아나운서의 처지를 고려한다면 무작정 개인의 선택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아나운서는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방송계의 꽃이 아니다. 여성 아나운서의 경우 30대만 넘어가도, 간판 프로그램에서 밀려난다. 남자 아나운서의 경우 처음부터 스타로 등장하기조차 쉽지 않다. 더구나 아나운서들은 똑같이 시험을 쳐서 입사하는 기자나 PD와 달리, 방송사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 한창 잘 나갈 때조차도, 그들에게 프로그램 선택권은 없고, 제작본부와 보도본부의 지시 사항을 일방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미 서른이 넘어버린 강수정, 그리고 MC로서 최절정기를 맞고 있는 김성주로서는 “이대로 소모될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기에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연예기획사에서 거액을 제시하여, 불필요한 방송사 잡무 없이 MC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제안을 했을 때, 이를 마다할 스타 아나운서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실제로 강수정과 김성주는 국내 최대의 MC연예기획사 DY엔터테인먼트의 인수회사인 팬텀의 이사로 등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정의 KBS 사표 이후, KBS 프로그램에서 강수정을 하차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또 다른 스타 아나운서가 방송사를 떠나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시사한다.
첫째, 아나운서의 직종 자체의 위기이다. 현재 공중파 방송사들은 공채로 아나운서를 채용했음에도, 각종 프로그램에 외부 MC를 기용하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은 개그맨들에게, 교양프로그램은 전문가들에게 MC자리를 빼앗기면서 아나운서들은 그 활동의 터전을 잃고 있다. 또한 뉴스프로그램 역시 남성의 경우는 거의 100%, 여성의 경우조차도 젊은 여기자들이 앵커자리를 꿰차고 있다. 각 방송사의 아나운서실은 “이대로 가다간 아나운서라는 직종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둘째, 이미 드라마 시장과 연예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연예기획사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다. 톱스타를 보유한 연예기획사들은 드라마, 예능프로 등 직접 제작업에 뛰어들고,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케이블 등에서 방송채널마저 운영하고 있다. 방송사가 이들과 돈싸움을 벌여 이기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안도 자연스럽게 제시된다. 아나운서에 대한 관리시템의 전면 개혁과 더불어 톱스타의 계약대행권을 쥐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대중문화 산업을 장악하는 연예기획사에 대한 법적 통제이다. 이를 방치하다간 방송사의 공적 기능 자체가 상실될 가능성도 높다. 스타 아나운서의 방송사 이탈은 아나운서의 위기이자 방송의 공공성의 위기였던 것이다. (자료=빅뉴스 변희재 칼럼니스트 bignews@bignews.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