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7개월 전에 한미FTA에 관한 고견을 피력한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의 글입니다. 반대의 이유가 분명하지만 시사한 바가 커서 독자분들을 위해 싣습니다. 국민의 2/3가 찬성의사가 있는고로 소수의 의견임을 전제합니다. 한미FTA는 찬성론자도 반대론자도 그들의 논리는 분명합니다.)
한미 FTA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과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미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관세장벽을 없애서 대미수출량을 늘릴 수 있고, 미국 서비스업종의 한국 진출을 통해 국내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며, 그리고 외국인 투자가 증대하여 실업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제시한다.
그리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농축산업이 황폐화하는 것은 물론 미국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금융,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며, 이를 통해 경제의 대미종속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제시한다.
그러면 한미 FTA를 찬성해야 할까? 아니면 반대해야 할까? 찬성을 하거나 반대를 하려면 FTA 곧 자유무역협정이 무엇인지, 특히 한미 FTA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한미 FTA의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FTA의 일반적 내용에 기초해서 한미 FTA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겠는지를 검토해보고자 한다.
FTA 곧 자유무역협정이란 무엇일까?
FTA의 내용은 당사국의 협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FTA란 기본적으로 협정당사국 사이의 무역에서 품목의 제한을 없애는 것은 물론 관세를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무역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FTA는 협정상대국의 상품공급자를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내국인 대우의 원칙’, 제한을 두더라도 다른 어떤 나라에 대한 대우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하는 ‘최혜국 대우의 원칙’, 그리고 상대국의 자국시장접근이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시장접근제한 금지의 원칙’을 기본원칙으로 하여 양국 사이의 무역장벽을 없애 무역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상 양국의 경제를 통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양국의 경제를 통합해도 좋을까? 근본적으로 양국의 경제를 통합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말로는 FTA 곧 ‘자유무역’을 추진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제한을 두게 되고, 이 제한 때문에 FTA 체결이 대단히 어려울 수 있고, 또 FTA를 체결하더라도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제한을 둘 것이냐는 문제로 협정체결이 어려울 수 있고,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끊임없이 분쟁을 겪게 될 것이다. 특정 시점에서 절충점을 찾아 협정을 체결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변하면 또 협정내용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 이래저래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국가끼리의 경제통합은 옳지 않다
각 나라는 고유한 성격의 경제체제를 가지게 되어 있고 또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경제통합을 의미하는 FTA 곧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 FTA는 각 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배려하는 예외조항을 두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협정당사국의 경제적 국경을 없애고 경제를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각 나라는 경제적 조건은 물론 역사와 문화와 습속이 다를 수밖에 없는 터에 경제를 통합하면 국민 생활에 엄청난 혼란과 차질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경제를 통합하는 FTA는 옳지 않다. 설사 FTA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크게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FTA를 체결할 일은 아니다. 경제적 이익은 중요하기는 하나 경제적 이익이 크다고 해서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데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판단해야지 경제적 이익만 있으면 좋은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미 FTA는 옳지 않으며, 한미 FTA만 옳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나라와의 FTA도 옳지 않다. 그리고 지금만 옳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옳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인간의 성품도 근본적으로 바뀐다면 그 때는 별도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만 지금도 특수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유럽공동체(EU)처럼 경제수준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문화가 비슷해서 경제뿐만 아니라 나라 자체를 통합해도 크게 문제가 안 될 나라들이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역내 국가 사이의 무역에 대해 관세를 없애고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일 수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처럼 작은 도시국가로서 무역으로 국가경제를 유지하는 나라도 FTA를 체결하는 것이 국가경제나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적으로 가깝고 문화나 습속이 비슷해서 경제적으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나라들은 FTA를 체결하는 것이 좋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접국가들이 FTA를 많이 체결하는데, FTA를 지역무역협정(RTA : regional trade agreement)이라고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FTA를 체결해서 좋을 것이 없다.
그래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에 일본이나 중국과 먼저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또한 옳지 않다. 중국 및 일본과 ‘경제공동체’라고 할 만한 지역협력체를 만들 필요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각국의 경제를 통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미국과 같은 경제선진국과 FTA를 체결하기보다 개발도상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것 또한 옳지 않다. 거듭 말하지만 FTA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나라와도 FTA를 체결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FTA를 체결하지 말아야 하지만 상대방 나라를 위해서도 FTA를 체결하지 말아야 한다. 국제 경제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국민의 경제관념도 크게 바뀌어 FTA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문제는 그런 상황이 왔을 때 판단할 일이다.
얼핏 생각하면 세계화시대를 맞아 앞으로 FTA가 보편화되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FTA가 보편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또 보편화되어서도 안 된다. 이미 세계화가 많이 진척되어 FTA가 많이 체결되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WTO에 등록된 FTA는 불과 20여 개국에 의한 20여개일 뿐이다. EU와 NAFTA를 제외하면 이스라엘, 요르단,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모로코, 칠레 등이 몇몇 나라와 FTA를 체결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대국인 미국의 경우 싱가포르, 요르단, 호주, 이스라엘, 모로코, 칠레 등과만 FTA를 체결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 멕시코와 싱가포르와만 FTA를 체결하고 있을 뿐이다. FTA가 보편적일 수 없음을 의미할 것이다.
같은 나라에 사는 개인끼리의 교류와 협력에서도 자기의 고유한 영역을 유지하면서 교류하고 협력할 때 행복할 수 있는 것이지 상대방과 꼭 같이 되어서는 행복할 수가 없다. 논어의 화이부동(和而不同), 곧 상대방과 꼭 같은 것은 아니지만 화합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화합이라는 말 그대로 상대방과 같지 않으면서 화합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꼭 같게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설사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꼭 같게 하는 것은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자가 추구한 대동세상도 모두가 꼭 같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각자 자기의 삶을 살되 한데 어우러져 화목하게 사는 세상을 말 하듯이 세계 각국은 자기 나라의 특성에 맞는 삶을 영위하면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더드’ 운운하며 다양성을 파괴하는 FTA는 옳지 못하다.
FTA를 체결하지 않아야 할 근본적 이유
일반적으로 시기가 너무 빠르다거나 협상의 내용이 우리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한미 FTA를 반대하나 필자는 근본적으로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과만 체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와도 체결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특수한 경우가 있을 있지만 일반적으로 FTA 체결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는 이렇다.
경제가 중요하지만 FTA 체결로 국민소득을 높인다고 해서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좋은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면서 그 속에서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경제여야 하는데, FTA는 비교우위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지는 품목은 도태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데 역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FTA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지려면 인간에게 경제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업자가 많고 빈부격차가 심하더라도 많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거나 공급함으로써 국민소득이 높기만 하면 좋은 경제냐, 아니면 많은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 공급이 저조해 국민소득이 높지 못하더라도 국민으로 하여금 다양한 경제활동 속에서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야 좋은 경제냐의 문제이다. 후자가 좋은 경제임을 인식해야 하겠다.
가령 한미 FTA를 체결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LG전자의 LCD를 미국시장에 많이 수출해서 무역흑자가 크게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크게 증대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한국의 시장이 미국에 전면적으로 개방되어 국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산업이 몰락하게 된다면, 그것은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금은 절대빈곤 때문에 고통을 겪기보다 국민의 다양한 욕구가 충족되기가 어려워 고통을 겪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분야 곧 금융, 교육, 의료, 법률 등의 경우 특별한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상관없겠으나 이들 분야를 일률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서비스분야는 경제적 효율성으로만 따져서는 안 되는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분야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붕괴한다면 그것은 민족적으로 크나큰 손실이 될 것이다.
FTA는 이른 바 ‘글로벌 스탠더드(세계표준)’에 따라 산업의 존폐를 결정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합리적인 것 같지만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주로 서구 내지 미국 중심의 표준이기 때문에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이 동양 중심이든 한국 중심이든 어떤 것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만들어서 전 세계의 모든 국가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근본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물론 분야에 따라서는 인류 보편의 기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적용될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은 예외적인 것에 불과해야 한다.
특히 공산품의 경우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겠으나 그것마저 경제적 효율성으로만 따지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합당한 것은 아니며, 특히 서비스업종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할 수 없는 것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문화나 교육, 의료 등의 경우 동양 것과 서양 것, 한국 것 과 미국 것을 일률적으로 비교하여 어느 것이 낫고 어느 것이 못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문화와 습속, 그리고 인간의 성품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FTA가 체결되면 이런 고유한 특성을 무시하고 경제적 가치 내지 경제적 효율성에 따라 평가하여 존폐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니, 이래서는 국민경제나 민족경제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국민은 경제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낄 일자리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경제의 본질에 비추어 FTA를 판단해야 한다
FTA문제를 바로 판단하려면 경제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바른 인식이 있어야 한다. 흔히 경제는 인간의 삶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충당하는 데 그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국민의 기본생활이 보장되기 어려운 시대에서의 경제의 역할이고, 경제가 상당 정도 발전하여 국민의 기본생활이 보장될 만한 상황에서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 공급보다 경제활동 곧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행위 속에서 자아실현 곧 자기의 가치관과 인생관 등의 실현에서 오는 보람과 기쁨을 얻는 데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노동 속에서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바, 보람과 기쁨을 누릴 그 노동의 기회를 국민이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국민에게 일자리가 제공되어야 한다.
FTA를 통해 경제적으로도 득볼 것이 별로 없지만 설사 득볼 것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 국민에게 자아실현의 기회 곧 창조하고 생산하는 데서 보람과 기쁨을 얻는 노동의 기회를 박탈한다면 그것은 한국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FTA로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가 된다 하더라도 특수한 생산영역에서의 경제활동만 확대될 뿐 전체적으로 생산영역이 줄어져 경제활동인구가 크게 축소될 것이 분명한 이상, 그것은 국민의 복리증진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절대다수의 국민을 비참한 상황으로 내몰게 될 것이다.
한미 FTA는 이런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에서 100억 달러어치의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그래서 국민소득이 5천 달러 정도가 높아지더라도 농축산분야에서 50억 달러어치의 수입이 늘어나 농축산업을 황폐화시킨다면 그것은 한국경제 내지 한국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경제적 효율성을 높여서 국민소득만 높이면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더라도 그러한 국민소득을 높이는 과정에서 그 나라 국민들이 노동의 기회를 확보해 자아실현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국민소득은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는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소득이 다소 낮더라도 그 나라의 국민들이 그 나라의 인적 · 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민이 행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 국민의 과반수를 놀게 하고, 또 한국의 농업이나 서비스산업 등을 황폐화시키면서 FTA를 통해 국민소득을 3만 달러나 5만 달러까지 달성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국 국민을 위해서는 결코 좋은 일이 될 수 없다.
FTA와 상관없이도 ‘국민소득 지상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요즘 ‘국민소득을 3만 달러 또는 4만 달러까지 높이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물론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현재와 같은 양극화 경제구조와 이기적 가치관 속에서는 국민소득을 아무리 높여도 사회적 위화감이 더 커져 국민이 행복할 수가 없을 것이고, 오히려 더 불행해질 수도 있음을 통찰해야 한다. 국민소득이 1만6천 달러인 상태에서 국민이 행복할 수 없다면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어도 경제구조와 경제관념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국민이 행복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절대빈곤의 상태에 있을 때는 국민소득의 증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 있지만 국민소득이 만 달러를 넘으면 국민소득의 크기에 비례해서 국민의 행복이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 다양한 소질과 취미를 살리면서 살 수 있게 하는 경제여건을 만들어야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 FTA는 이런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FTA를 체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외개방과 세계화가 필요 없다는 것인가
FTA를 어느 나라와도 체결하지 않아야 한다면 근본적으로 대외개방과 세계화를 반대하는 것이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는 않다. 대외개방도 해야 하고 세계화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각국의 실정에 맞는 정도까지만 해야 한다. 대외개방과 세계화는 WTO체제로서 충분하고 WTO체제로 불충분한 것은 다양한 경제협정으로 보완하면 된다.
FTA는 경제통합이라고 할 만큼 상대국과의 경제적 국경을 없애자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외개방을 하고 세계화를 추진한다고 해서 안방까지 다 내놓는 개방이거나 세계화여서는 안 된다. 대외개방을 하고 세계화를 할수록 민족의 정채성을 유지하면서 상대방 나라와 적극 협력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자기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상대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서로 다르면서 협력해야 한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과의 경제교류를 반대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이미 엄청난 규모의 경제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거니와 만약 충분치 못한 점이 있다면 부분적으로 경제교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협정을 맺으면 된다. 굳이 양국 경제를 통합하는 FTA를 체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FTA는 더 적절치 못하다
FTA는 근본적으로 체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만, 특히 미국과의 FTA 체결은 더더욱 옳지 않다. 미국은 경제규모가 크고 국민소득도 높아 우리가 경쟁할 수 있는 상대를 넘는다는 점에서도 미국과의 FTA 체결은 적절치 못하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각 주별로 경제운용 시스템이 달라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기가 어려운 나라라는 점에서도 미국과의 FTA 체결은 적절치 못하다. 미국의 그런 사정을 용납하고서 FTA를 체결하게 되면 한국은 한국시장만 개방하고 미국시장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래서 불평등협정이란 말이 나오게 마련이고 반미감정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또 미국이란 나라는 국민소득은 높으나 경제의 내용이 대단히 왜곡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제조업이 몰락해가고 있는데 이것은 미국을 위해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미국은 왜곡된 경제를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전 세계에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을 진출시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데, 이를 위한 것이 미국이 추진하는 FTA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잘못된 경제운용에서 빚어진 문제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 미국이 하려는 FTA인데, 그런 FTA를 한국이 추진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더라도 한국이 득볼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미국 시장이 크고 또 지난날은 한국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했으나 이제 미국 이외에도 큰 시장이 많아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크게 줄었다. 여기다가 양국의 평균관세율을 보면 한국이 7.9%인데 비해 미국은 1.7%라고 한다. FTA로 양국의 관세장벽이 없어지면 한국보다 미국이 더 큰 이익을 보게 되어 있다. 한국으로서는 수출을 크게 늘리지도 못하면서 농축산업과 서비스업만 버틸 수 없게 만들 것이다. 한국의 농축산업과 서비스업이 고전하는 것은 대외개방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내정책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 산업을 개방하면 한국의 농축산업과 서비스산업은 완전히 몰락할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서비스산업이나 농축산업은 그 나라의 문화, 환경, 풍속 등을 고려해서 유지 · 발전시켜야 할 분야인 터에 대외개방을 해서 경제적 효율성이 없다고 해서 몰락하게 하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이다. 미국의 서비스산업을 끌어들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으나 몇몇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서비스산업의 대부분을 몰락케 하는 것은 국가가 취할 정책이 아니다. 경쟁력 있는 산업만 키우는 것이 서로 이익이라는 비교우위설은 따를 상황이 아니다.
필자가 보기로는 미국과의 FTA 체결은 결국은 불가능하리라고 본다. 만약 체결된다면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을 통해 우호를 돈독히 하기보다 엄청난 분쟁(소송)을 벌이면서 적대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한 나라같이 되려다가 원수같이 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반미감정을 갖게 될 것이고 반미투쟁 또한 격화될 것이다.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도 FTA 체결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
노무현 정권은 왜 한미 FTA를 추진할까
이처럼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부당한 한미 FTA를 노무현 정권은 왜 갑작스럽게 추진하려 할까? 미국이 요구한 것도 아니고 한미 FTA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도 없는데 왜 노무현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한미 FTA 추진에 적극 나섰을까? 더욱이 미국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서 한미 FTA를 오히려 앞장서서 반대할 법한 노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한미 FTA 추진에 적극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이 겁이 나서 미국에 잘 보이려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언젠가는 한미 FTA가 체결될 것이니 자기가 이를 이루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싶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다운 모습이나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임은 물론이다.
노 대통령을 흔히 반미적인 사람으로 인식하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니, 실속이 없는 데서는 반미를 하지만 실속이 있는 데서는 친미를 해왔다. 이라크파병,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FTA 추진 등이야말로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문제인데, 이런 문제를 노 대통령이 앞장서서 추진하니 엄청난 ‘친미’가 아닐 수 없다. 한미 FTA추진이야말로 최대의 친미정책이라는 점에서 ‘반미’로 인식되어온 노무현 대통령이 결정적인 친미를 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좋아한다는 말이 결코 허튼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얼마나 사이비 진보성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혹 남북관계만 좋게 하면 다른 분야는 다 깽판쳐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남북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잘 보여야 해서 한미FTA를 추진하게 되었다는 논리로 이런 ‘친미’를 합리화할지 모르겠는데,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은 온갖 실정 가운데 가장 큰 실정이 될 것이고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 2006.9.11.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http://www.weldom.or.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