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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기고] 한미FTA로「강한 나라」 만들 수 있다

seoulpost서울포스트 2007. 5. 17. 23:03
[기고] 한미FTA로「강한 나라」 만들 수 있다
국가간의 권역화 추세에 한-미관계 강화는 유리
공성진 의원 (기사입력: 2007/04/13 19:14)

지난 1999년 세계 미래학회는 최소 2050년까지는 미국의 패권적 질서, 곧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 중간단계로 EU와 NAFTA와 같은 국가권역의 등장이 일반화되고 민족주의와 세계주의간의 긴장과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KORUS FTA 결성도 이러한 미래 전망의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은 양국의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협상 타결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인 경제 영역을 넘어 국방안보, 사회적 의제 및 담론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경우 정치경제적 이익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의미는 우리에게 각별하다. 미국은 세계경제의 패권국이다. 이는 뒤집어 세계경제의 향방이 사실상 미국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세계경제패권국과 등을 돌린 국가 중 경제적으로 부흥한 예가 있는가. 반대의 경우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과거 소련의 붕괴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북핵사태에서 보았듯이 북한이 미국과 직접대화를 집요하게 요구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는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무장한 국가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지역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국력을 지니고 있다. 한반도에 인접하여 우리와 분쟁의 소지를 늘 안고 있는 이들 모두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경쟁 상대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도 기존의 균형구도에 반해 한쪽 국가에 기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짓임을 알 수 있다.

한미 FTA는 바로 이를 방지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기에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미국이 가장 바라는 바이지만 한국 또한 균형추 없이 주변국을 견제하고 그들과 경쟁하며 발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한국과 국경을 맞대지 않고 있는 유일한 한반도 이해 당사국이다. 뒤집어 이야기 하면 한국과 미국의 분쟁 가능성이 그 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균형추 역할을 담당할 국가 중 미국보다 이상적인 조건을 구비한 국가가 또 있을까.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미 FTA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만약 한국이 중국에 더욱 기울어 양국 간에 FTA가 체결되는 경우 우선 일본이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의 부상으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일본도 힘의 중심이 한반도의 북쪽에 실리게 되면 중력의 법칙에 따라 기존의 구도에서 이탈할 의도를 지닐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미국 주도의 동북아시아 역학구도는 사실상 금이 가게 된다.

따라서 한미 FTA는 한국이 중국에 기우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하게 되므로, 그 영향은 일본에까지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은 삼국이 자신을 배제한 채 하나로 묶이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 아직은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삼국 경제연대가 현실화되는 경우에도 지정 및 지경학적으로 가운데에 위치한 한국에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한 미국은 삼각연대에 개입할 수단을 늘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 양자관계를 놓고 보아도 미국의 이해는 크다.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한국의 금융 서비스 산업에 더욱 깊게 파고들 수 있으므로 과거의 양적인 것에서 질적인 것으로 상호의존이 심화되며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 때문이다.

상호의존이 깊어지는 경우 동북아시아 한가운데 위치한 선진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됨은 물론 그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틀이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강력한 군사동맹이 이중으로 강화되는 효과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결국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통해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북한 역시 어떤 형태로든 본 협정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개성공단 문제는 바로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핵 문제를 극복하고, 미국과의 파트너쉽을 강화하며 개혁개방을 하게 되면 북한은 사실상 미국 주도의 세계 자본주의체제를 수용하게 된다. 당연히 한국과의 경제교류가 가장 활발해 질 것이므로 북한은 한미 FTA라는 구체적인 수단을 통해 미국과 상호의존 관계를 더욱 깊게 맺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그들의 문제이다. 즉 북한체제의 역량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북한은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데, 상기의 새로운 메커니즘에 편입되어 경제부흥을 구가할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하게 되면, 결국 이중으로 강화된 한미동맹에 정면으로 대항하며 경쟁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체결된 지 불과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한미 FTA는 한반도의 역학구도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협정이 타결되자 중국과 일본이 이구동성으로 한국과 FTA를 맺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중국은 총리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을 등에 업었을 때 그 힘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난 셈이다.

같은 논리는 한미 군사동맹의 약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에 의해 줄곧 강조되어 왔다. 즉 한국이 군사적으로 미국을 업고 있기에 주변국에 대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그토록 중요한 사실이 군사가 아닌 경제분야에서 입증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한국외교의 축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된 셈이다.

경제전략적 측면에서 한미 양국은 거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아시아 지역 경제대국인 일본과 중국에 본보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교역비중이 나라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대외의존적 경제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선진기술의 일본과,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는 중국 사이에서 활로를 찾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는 역으로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는 열쇠가 바로 한미 FTA에 있음을 의미한다.

한미관계는 그간 쌍무유대를 위한 제도적 틀이 충분치 않은 상태였다. FTA가 성공하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양국 안보관계에 영향을 미쳐온 것처럼 양국의 책임과 상호의무는 증대될 것이다. 또 FTA는 미국으로 하여금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장기적 존재와 리더십을 안보 이상의 차원으로 넓혀 경제면으로 확산시키도록 여건을 허락할 것이다.

이처럼 한미안보동맹과 한미경제동맹이 상호 보완적 작용을 함으로써 한국은 날개를 달게 되고 장차 동아시아의 허브(Hub) 국가, ‘강한 나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요컨대 한국과 미국의 FTA는 국내 일부 반대파의 주장처럼 한국경제의 대미 종속이 아닐 뿐 아니라, 미국만 이익이고 한국은 손해를 보는 일방적 게임도 아니다. 양국 모두에 상거래 기회를 넓혀주는 한편, 개방과 경쟁 촉진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와 제도 선진화 등의 부가가치 역시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조류에 부응하는 최상의 선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잃는 것 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많은 한·미 FTA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가 깨지면 한미 간 신뢰성, 한미동맹,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정치·경제적 위상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익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모두들 정파적인 계산을 떠나 대승적으로 힘을 합해야 할 때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공성진 한나라당 국회의원: http://www.gsj.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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