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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발레 - 지젤 Giselle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3. 2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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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 지젤 Giselle
예술 분야에서 유독 발레에 점수를 주지 못한 나의 편견을 불식시킨..
이혜영 기자 (기사입력: 2006/03/04 22:22)

발레를 좋아하게 된지 십여년 정도 되었다. 그 전까진 예술 분야에서 유독 발레만은 점수를 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건 내가 그만큼 편견과 선입견의 포로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발레하면 우선 여성 무용수들 거의가 공주같은 옷을 입고 나와서 예쁘게만 보이려고 애쓰는 것 같고 몸을 너무 압박하는 듯한 것이라서 인위적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하는 이유도 한 몫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발레 영화 [지젤]을 보게 되었고 그로부터 나는 발레의 매력에 빠져들어서 발레에 관한 영화와, 비디오나 디브디 자료, 책 등을 찾아 다녔고 또 내 형편에 맞는 것이라면 공연 관람에도 열심을 내곤 했다.

발레 영화 [지젤]은 나를 한 때 마음의 애인처럼 품에 안고 살았던 남자,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주연으로 나온다. 그는 70-80년대엔 꽤 유명한 발레리노인데. 구 소련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했던 남성 무용수이다. 지금은 부상으로 인해 현대 발레를 한다고 하는데 주로 안무를 맡아서 창작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읽고서 부상도 부상이지만 그 유연하고 탄력있던 몸도 나이에는 당해 내지 못하는가 보다, 미루어 짐작하기도 했다.

영화는 전체 스토리와 영화 속 발레인 [지젤]이 비슷한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바리시니코프가 발레인 [지젤]의 남자 주인공인 알브렉트 공작을 맡으면서 영화 줄거리 속의 주인공인 바람둥이 발레리노(토니)역을 동시에 연기한다.

(1막 - 지젤의 솔로)

나는 이 영화를 보고서 키 크고 잘 생기고 근육이 울룩불룩 튀어 나온 남자만 섹시한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힘이 넘치는 춤꾼에게도 섹시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바리시니코프는 그 영화 전에도 '앤 밴크로퍼드'와 함께 출연한 [터닝 포인트], '이사벨라 로셀리니'와 공연했던 [백야]등에서 주연을 맡아 멋진 춤과 연기를 보여 주었다.

발레 [지젤]은 1막과 2막으로 되어 있는데 1막에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과 춤이 이어진다. 산골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지젤과 알브렉트 공작의 사랑이야기가 전반부에 전개되고 후반 부엔 시골 청년으로 변장한 알브렉트가 사실은 공주와 정혼한 관계에 있는 공작이란 것을 알게된 지젤은 병약한 심신으로 인해 충격을 받고 쓰러져서 죽게 된다.

2막에서는 어두운 숲속을 배경으로 춤과 음악이 느리면서도 선율이 지극히 아름답다.


(2막 - 지젤과 윌리들의 군무)

1막의 춤과 음악도 아주 멋지고 아름답지만 2막은 정말이지 가슴을 저리게 할 만큼 아름답고 춤 역시도 지젤 뿐만 아니라 윌리들과 미르타의 춤들도 장면 장면이 다 놓치기 아까운 안무로 되어 있다.
남자에게 배신당한 처녀들이 죽어서 복수를 다짐하는 혼령이 되어(윌리)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남자를 꾀어내어 지칠 때까지 춤을 추게 해서 죽게 만드는데 그 윌리들이 지젤을 불러내어 복수를 하라고 다그친다. 이것은 윌리들의 우두머리격인 미르타가 가장 강력하게 지시를 한다. (비록 남자에게 한이(?) 맺힌 미르타와 윌리들이지만 춤과 음악에서는 한없이 아름다워서 그런 생각을 잊게 한다.)


(2막 - 빠 드 되)

그렇지만 회한에 젖어 지젤의 묘지로 찾아온 알브렉트를 지젤은 끝까지 보호해 주며 살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는 아침이 밝아올 즈음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알브렉트를 남겨 놓고 지젤은 사라지고 음악은 홀로 남게된 알브렉트의 심정을 말하듯 아련함과 함께 쓸쓸함을 더해 주며 끝을 맺는다. ( 마지막 부분의 빠른 템포의 부분은 지젤의 발 동작이 압권이다. 숨이 막힐만큼 멋지다)

음악은 아돌프 아당이 작곡한 곡인데 그는 [해적]에서도 밍쿠스와 함께 공동으로 작곡을 하였다. 참고로, 무용만 떼어서 말한다면 지금의 버전으로 안무한 사람은 '마리우스 프띠파'이다. 영화,[안나 파블로바]에서 그는 파블로바에게 처음으로 이 춤을 안무를 해서 무대에 서게 했던 날, 파블로바가 춤을 추고 있는 동안 자기 몫을 다 했다는 듯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위대한 작품과 한 명의 완벽한 발레리나을 탄생시킨 안무가의 흡족함이던가 보다.

스토리는 대단히 황당무계한 것이지만 지젤이 죽어서까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용서하고 살려주려 했던 지순한 사랑은 현세를 사는 사람들도 본 받을만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렇듯 [지젤]로 인해 발레에 눈을 뜨게 되었고 또한 발레가 주는 감동으로 인한 눈물을 흘리며 행복의 절정을 맛보게 된 나는 그 어떤 발레보다도 [지젤]을 평생토록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미 널리 알려진 고전이지만 몇 마디 부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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