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본(Billy
Vaughn) 악단 :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키타 스트링이 둥글둥글하게 들리는 경쾌한 경음악을 들으며 써 볼까??
내가 해보고 싶은 수 십 가지 일 중의 하나가 향수 제조가가
되는 것이었다. 조향사가 되려면 향을 좋아해야 할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할지 모르나 나는 향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
향이나 다 좋아한다면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고 나중에는 구린내도 향이라고 내다 팔지나 않을까?^^
내가 얼마나 향을 싫어하냐면,
세제류로 옷을 행군 것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런 옷을 방안에 말려 놔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마누라가 어지간히 속 썩었을 대목이다.
같은 향이어도 구심점을 갖고 정신적, 육체적인 안정 또는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천연향을 아로마라고 부르며, 아로마를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하여 소기의 목적을 얻어내는 것을 아로마테라피라고 한다.
일반적인 향이란 아로마와는 구별되어 원심적, 대타인,
발산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향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향 애호가들은 'wear'는 어휘를 쓴 것에서 보듯 멋의 마무리는
향수를 '뿌림'으로써 완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후각이란 5분 안에 적응력을 보여 아무리 좋은 향수도 5분을 넘기면 별 볼 일 없어질
뿐더러, 별 볼 일 없어지지 않으면 타인에게 두통, 구토 등의 부작용을 주기 시작한다. (사용자가 특히 주의할 부분)
세계 3대
조향사로는 샤넬 No.5를 만든 '어네스트 보우(Ernest Beaux)', 후각의 달인이었던 '장 카를르(Jean Carles)', 5대에
걸친 세계적인 조향사 가문, '피에르 겔랑(Pierre Guerlain)' 이며 겔랑은 168년 동안 320여 개의 향수를 만들어 근대향수의
아버지로 불리운다.
그러나 향이 서양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눌지왕 때 고구려의 스님 묵호자가 신라에 들어와
포교 활동에 중국의 향을 사용했다고 한다. 서기 450년이다. 불전에 향을 피우면 부처님이 내려와 기원하는 사람의 소망을 들어준다는 의식 때문에
삼국시대 사람들은 향을 숭상하였다.
오래전에 서점에 들렀다가 눈에 띄는 책이 있어서 사 본 적이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느의
'향수'가 그 책이다.
'주인공 그르누이는 1738년 한여름 파리의 음습하고 악취나는 생선 좌판대
밑에서 매독에 걸린 젊은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난다. 그는 생선 내장과 함께 쓰레기 더미에 버려지지만 악착같은 생명력으로 살아 남는다...그에게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녀야 할 냄새가 없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온갖 냄새에 비상한 반응을 보인다...어느날 황홀한 향기의 진원인 한 처녀를
찾아낸다. 그는 그 여자를 살해하고 그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그 후 그는 파리의 향수 제조의 발디니의 도제로 들어가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 최대 목표가 세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며 누구나 꿈꾸는 도시 그라스로 가서 <인간의 냄새>를 만드는 일에 전념한다...그
작업으로 좋은 향기가 나는 소녀에게서 향을 취하고 죽이는 것이다. 결국 스물다섯 번째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기가 나는 소녀를 취하고 그는
체포된다.
처형이 이루어지는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가 광장에 나타나자마자 광포해져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무아지경에 빠져든
것이다. 그르누이가 지금껏 죽였던 여인에게서 체취한 향기로 만든 향수를 바르고 나타났기 때문이다...그로인해 죽음은 면했지만 순간 그는 절망에
빠진다. 자신이 만든 향수 욕심으로 살인광인 자신에게 사랑과 바보같은 존경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혐오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모든 것을 다
버리기로 결심하고 변두리 묘지의 납골당으로 가 부랑자들 틈에 섞여 자신이 평생을 바쳐 만든 향수를 온몸에 뿌린다. 그러자 알 수 없는 향수에
취해 부랑자들은 그르누이의 몸뚱이를 먹어 치워 버린다.'
내용이 SF적인 것 같으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엽기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말미에는 이성을 끈다는 페로몬적인 요소도 엿보인다. 이 페로몬 향을 바르면 여자가 성욕에 눈이 뒤집혀 막 안긴다,는
내용으로 선전이 되지만, (바보들아! 그런 효과가 있다면 세상이 멀쩡히 돌아가겠는가 생각을 해보라.) 역시 이성을 끄는 방법은 증류수로 깨끗이
세안하고 단정한 것이 최고인줄 알 일이다.
이렇게 내가 싫어하고 민감하게 작용하는 향관련 생업을 하고 있다. 곁의 누군가가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말할 때는 '냄새가 아니고 향이다'고 웃어 넘긴지도 수 년. 아직도 향수(香水 perfume)와 향기(香氣
fragrance)와 냄새(odor)를 썩 구별하지 못한다. 그나마 민감했던 터라 '향디자이너' 경지는 못갔어도 고객의 신뢰는 톡톡히 얻어
내었다.
요즘 밤이 되면 아카시아향이 서울골에 내려 앉는다. 향기중에 가장 무겁고 멀리가는 향이 아카시아인지라 순간 끈적끈적한
단맛을 느끼게 한다. 향이란 지나치면 정신을 교란 시키기에 충분해 사고 유발도 혼재해 있다.
사방림으로, 꽃으로, 향으로, 꿀로
다방면에 유익할지 모르나 그 나무 특유의 향으로 주변에 여타 생태 식물이 파괴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팜므 파탈 - 매혹적인 미인에
치명적인 독이 있을 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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