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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티티카카 곤충기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8. 19. 13:55
티티카카 곤충기
모기가 계속 진화했다고 보면 지금 쯤엔 주사바늘만한 침을 달고..
양기용 기자 (기사입력: 2006/08/19 00:15)

중학교 때 고전읽기 대회에서 '파브르 곤충기'하고 '소크라테스 변명'을 읽었다. 소크라테스의 처, 크산티페,는 악랄하고 소크라테스는 신에 대한 불경죄로 독당근즙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도대회 예선에서 10명 중 9명이 탈락한 사람중의 하나지만 그외 곤충기 쯤은 공부를 안해도 훤(?)하게 알고 있었다. 헤헤.

국딩 때, 마을 앞산 참나무 숲에 가면 사슴벌레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뿌리 근처의 굴을 발견하면 대여섯 마리도 쉽게 포획했었다. 마루바닥에 집게를 맞대 놓고 싸움도 시켰는데, 집게가 부러질 때까지 물고 늘어진 대단한 놈들이다. 종종 장수풍뎅이를 주운 날도 있었다. 옥수수빵을 먹여 영양벌레도 키워보고 학교행사로 송충이잡이라든가, 방학 때 방죽에서 깨댕이 벗고 놀다 왕잠자리도 수 십 마리씩 잡았었다.

왕잠자리 숫컷은 얼마나 미련하냐면 숫컷을 잡아 날개에 호박꽃가루를 칠해(사람으로 말하면 여자처럼 화장을 시켜) 실로 발을 묶어 훨훨 날리다 보면 암컷인줄 알고 쏜살같이 달려들어 착~ 달라 붙는다. 죽을 줄 모르고 색깔에 눈멀어 돌진하는 숫컷을 역시 미련한 곤충이려니 생각했다.

제법 커서 여자에 아픔을 당하고 멍청히 앉아 있다가 느닷없이 그 잠자리가 생각났다. 화려함에 현혹되어 무수히 내 손에 잡혀 죽었거나 닭모이가 된 그 잠자리들.

나도 이제 보니 호박꽃가루에 홀린 그 숫컷 잠자리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 그러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다짐했지만 어느날 보면 똑같은 패잔병으로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고보면 - 우주적 관점으로 봐서 나도 잠자리와 똑같은 미물에 불과하다. 하루살이나 다름 없는 하루같은 몇 년살이 아닌가.

가을 문턱에서 방안에 앵앵거리는 모기를 몇 마리 포획했다. 한마리는 한 손으로 낚아챘고, 한마리는 딱! 박수치며 압사시켰다. 그리고 나머지는 방안으로 몰아 화학개스(살충제)를 가득 뿌려 놓았다. 그런데 여름에 그런 식으로 널부러진 모기의 공통점은 아주 작은 개체였다. 그러니까 옛날 모기에 비해 몸집이 훨씬 작아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모기장을 통과하기 위한 수년간의 훈련(군대서 철조망 통과처럼)을 통해 개체 크기가 줄어든 것이다. 그 기간에 인간은 어리석게도 모기장 그물 코를 줄이지 않았다.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할려는 피나는 모기들의 노력.

군대 모기는 어땠는가. 전투복을 뚫고 모포 두께 10mm를 뚫고 병사들에게서 영양분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그 침이 갈수록 길어지고 단단해져야 했다. 그렇게 훈련된 모기한테 몇 방 물리면 송곳에 찔린 느낌처럼 아찔했었다.

제대한지 20여 년. 그 기간동안 군대 모기가 계속 진화했다고 보면 지금 쯤엔 주사바늘만한 침을 달고 내무반을 날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하여간 대한민국 군인들 무쟈게 용감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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