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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마라도나 핸들링으로 본 오프사이드 반칙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7. 2. 22:17

마라도나 핸들링으로 본 오프사이드 반칙
애국을 묵시적으로 강요하는 민족주의는 파쇼에 불과해
양기용 기자 (기사입력: 2006/07/02 21:44)

"나는 스포츠맨이다. 국민적 정서 때문에 방송 해설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나 같은 희생양이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

인기 축구해설가 신문선씨 고백.. 신씨는 지난달 24일 벌어진 독일월드컵 한국-스위스전에서 발생한 오프사이드 판정 관련 해설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월드컵'중도하차' 귀국..애국심 때문에 해설 틀려도 되나..지금도 내 판단 부끄럼 전혀 없어..축구협도 국민에 진실 알려줘야..


내가(우리가)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은 크건 작건 불편이 다소 있건, 서로 '질서'를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고를 내거나 당한 사람들의 공통은 주지된 질서를 따라지 않아 재앙으로 이어졌다. 셀 수 없는 별들이 빛의 속도로 폭발 팽창하는데도 지구가 (유성 충돌도 있었지만) 아직 온전한 것은 고우나 싫으나 공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태양 주위를 꼬박꼬박 돌기 때문일 것이다.

2006 독일 월드컵 4강이 확정되었다. 우승후보 브라질의 0 패가 이변이고, 첫 관문에서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불리는 개최국 독일과 남미의 아르헨티나 경기는 흥미로왔다. 세대교체가 되었지만 독일은 남미의 유연한 개인기에 혼쭐이 났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심판 판정도 독일에 유리했다.

화제의 대결답게 아르헨티나의 헤딩 선취골은 가히 아무나 흉내도 못낼 엄청난 점프와 유연성으로 멋진 골을 만들어 냈다. 패색이 짙은 독일이 후반 막판 뽑은 골도 역시 아무나 흉내내지 못할 조직력과 타이밍으로 만들어 낸 절묘한 골이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을 때, 난 독일의 승리를 확신했다. 독일이 승부차기에서 진 적이 없다는 것말고도 이유는 몇가지 있다. (물론 골문 밖으로 똥볼을 찬 독일 선수를 본 적도 없다.) 한국식의 축구가 정확한 곳을 향해 공을 '발로 민다'면, 그들은 공을 '발로 찬다'가 맞다. 2002년 우리의 주장 홍명보의 승부차기가 인사이드킥으로 정확이 밀어 넣은 것이었다.

일전 독일 킥커들의 킥은 골문을 향해 공을 대포처럼 쏘아 댔다. 예전에도 마찬가지지만 신중하거나 안전하게 찰려는 것보다 힘을 실었다. 여기서 독일이 갖고 있는 기본기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즉, 골문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 기본으로 마스터 되었기에 어마어마한 파워를 실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독일의 엄청난 파워에 꺽여 공을 보내는 데 급급했다.

★ 80년대 상무대(전투병과 교육사령부) 종합연병장
결과야 뻔하지 않는가. 필자도 20여년 전 비록 군대 축구였지만 주장으로 팀을 결승까지 오르게 한 적이 있다. 평소 체력이 비실거리는 행정요원을 데리고 막강한 체력과 기술로 단련된 야전부대에 승승장구한 것은 킥의 정확도를 훈련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결승에서 적군 심판같은 오심에 분루를 삼켰지만.

마라도나의 핸들링과 오프사이드?

신문선 씨가 스위스 전에서의 골 문제 판정에 자신의 소견을 주장한 모습이 아름답다. 애국심 강한 네티즌들의 몰매를 맞고 해당 방송사에서 중도하차를 권유 받은 일이지만 난 극히 소수에 지나는 그의 주장을 지지한다. 많은 사람들은 1 : 0 상황이었으면 더 열심히 뛰어 대한민국의 16강 희망도 가능하리라해서 재경기도 주장한 모양인데 이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아니며 제 정신도 아니다.

과거 마라도나가 손으로 골을 넣었다고 하나 경기의 룰을 중요시한 예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스위스전은 실력에서도 한 눈에 차이가 난 경기였다. 그리고 프랑스가 토고를 이긴 상황에서는 무승부로도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유럽의 축구 전문지 '골닷컴'에서 '태극전사는 16강 오르기 역부족 했다'고 본 것은 정확한 해설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시아의 몰락도 되새겨 봐야 할 부분이다. 사실 월드컵이 유럽이나 남미 클럽 축구에 비해 훨씬 수준 미달임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국가 대항전이기에 지구촌의 축제이고 단기간의 시청자도 엄청난 흥행을 기록할지는 모르나 선수들은 몸사리기에 바쁘고 클럽에서 보다 소극적이 경기력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클럽이 평생직장이고 월드컵이 알바이기 때문이다.

'백패스 금지' 규정 만들어야

이번 월드컵도 예외없이 별볼일 없는 경기의 연속이었다. 발락이나 호나우도 등도 실망스러웠고 계륵으로 전략한 베켐도 그의 인기를 의심케했다. 기대만큼 환상적이 플레이도 없고, 멋진 골도 골 수도 빈약한 맥빠진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오프 사이드를 완화해서 공격축구- 많은 골을 기대한다는 대회 방침이지만 골은 더 드물고 논란의 소지만 많아졌다.

차라리 피파는 오프 사이드 에어리어만 놔두고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할 것이며, 백패스 등을 일정거리(그리고 각도) 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필요하며 지루한 경기 지연에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신설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토고를 역전하고 시간끌기에 급급한 우리 대표팀이나 응원 등에서 보인 행위들은 바람직스런 현상이 아니다. 또한 국내 프로 리그는 매년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의 축구 실력이 저들만큼 정확하고 기교있는 실력인가 자성할 때가 아닌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 격려와 위로는 보내야 하지만 스포츠파쇼에 젖어 애국을 부추키고 칭찬과 찬양 일색으로 경기에 져도 결국 '남 탓이어서 괜찮아'라는 온정주의로 흐른다면 사실과 진실도 구별 못한 채 우리 스포츠의 미래도 점점 더 어두어 질 것이다.

이번 신문선 해설위원 소환 사건은 자유주의와 세계화에 역행하는 파쇼적인 사건이다. 월드컵에 미친 다수 팬의 눈치를 보며, 스포츠에 눈귀가 막힌 민족주의자들의 구미를 맞출려고 해설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틀린 것을 '맞다'라고 선동하라는 해설자가 아니다.

과거 독재 시대처럼 3s에 언론 방송과 국민의 눈이 가려져 그 뒤에서는 론스타 사건이 어찌 되는지, 총리 두 명이 한 방에 갈리는 정국이 어찌 돌아 가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국민 다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가 있는 사이 한국호는 이 시간에도 산으로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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