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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스트] 꿈의 기행 - 나는 지금 베이루트로 간다

seoulpost서울포스트 2006. 8. 9. 16:57
꿈의 기행 - 나는 지금 베이루트로 간다
잠재의식과 문학으로의 초현실주의
양기용 기자 (기사입력: 2006/08/08 14:37)

▲ 일본 미야자키 히야오 감독의 만화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땅과 자연..그리고 물질문명의 조화 - 독재자에 의한 낙원의 파괴와 복원을 그렸다.
시작에 불과한 중동분쟁

레바논은 이슬람의 시아파·수니파·드루즈파·알라위파와 기독교의 마론파·그리스정교 신자 등이 섞여 살고 있는 까닭에 1975부터 15년 동안 종교적인 갈등으로 '피의 내전'을 치렀다.

194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레바논은 이같은 상황 때문에 각 종파·분파 간에 권력을 철저히 배분해 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70년대 초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본부가 서부 베이루트로 옮기자 이 지역이 '작은 팔레스타인'으로 변해 버렸다. 주변의 시리아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 서로의 격투장으로 활용한 곳도 레바논이다.

내전하니까 남 나라 걱정인데 사실 대한민국도 60년째 내전을 겪고 있다. 남쪽이 이념적으로 갈려 있기에 대한민국은 고구려파, 백제파, 신라파로 불려도 되는 상황 아닌가? 최근에 가야파가 부활했지만서도..모를 일이다. 통일이 눈 앞에 어른거려서 곧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역사적인 일은 수 세기를 두고 이뤄졌기에 아직 분단 고착화가 진행중일 수 있다. 물론 분열과 통일이라는 변증법적인 요소는 큰 틀 속에서 진행 된다.

80년대 초. 내가 현역일 때 한국군이 평화유지군으로서 레바논 파병 공론이 있었고 세부적인 선발 기준도 내려왔다. 나 역시 작은 형의 월남전에 이어 '형제는 용감했다'처럼 UN군으로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세웠으나 한국군 파병은 미국에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그때의 베이루트가 다시 불타고 있다. 이번에도 헤즈볼라 배후에 시리아가 있다고 보고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벌인 전쟁이다. 어린 아이가 더 많이-수 백명씩 죽어 나가는 이스라엘의 폭격을 미국과 UN이 이를 공공연히 묵인하고 '아 부 지. 도 올 내 려 가 유~~'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모 통신사 논객은 벌써 3차 대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있을 법 한 일이지만 과거 양차 대전처럼 대규모 전쟁은 일어날 일은 없다. 현재처럼 미영 동맹이 지속되는 한.. 다만 미영이 주축이 된 국지전 형태로 과거 수 십차례를 시작으로 앞으로 수 백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장에서 이번 전쟁은 문화적인 열등감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이 중동 탈환을 목적으로 끝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예수 탄생지 예루살렘만 보더라도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지다. 예루살렘 외의 기독교 뿌리는 이스라엘에 거의 없다. 아브라함의 고향도 이라크에 있으며, 노아의 방주나 바벨탑도 마찬가지다. 성경에서 말한 하나님의 의미있는 장소는 그외 레바논 요르단 시리아 등에 산재한다.

따라서 성지순례란 관광자원과 기독교의 정통성을 찾을려면 지금의 이스라엘 땅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스라엘민족이 유랑하면서 예수교와 신약만으로 민족적 구심점을 유지했지만 이제 정착한 이상 구약까지 되찾겠다는 심사다.

이스라엘 독립 후 60년이 갓 정착해서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한 전쟁의 연속이었다면 과거 수 백년들의 전쟁의 예를 보아 중동의 60년 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현재 세계의 힘의 구도로 본다면 십자군 전쟁처럼 몇 세기에 거쳐 계속될 것이다.

구약을 못찾을 바엔 때려 부숴 없애버릴려는 의도가 문화제 파괴로 이어졌고 중동 어딜가나 수 천년 전의 유적이 제주도 돌담 쌓는 돌만큼 널려 있다. 물론 그 안의 유물은 영국이 젤 많이 도적질했고, 독일과 프랑스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자, 예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고향을 찾을려는 끝없는 전쟁. 그 땅을 찾으면 그들이 말한 천국이 그 곳에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꽃이 만발하고 새가 지저귀며 질병과 싸움이 없고 영생과 사랑과 기쁨이 충만한 곳은 천국이 아니라 바로 지옥이다. 지옥이 없는 상태가 지옥이며 더 이상 지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을 때 그가 서 있는 곳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인 것이다.
지옥이 있다고 하기에 천국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상처가 있기 때문에 상처를 극복하는 기쁨이 있는 것이다. 싸움이 있기에 화해가 있고 쓴맛으로 인해 단맛이 있는 것이다.

하루종일 이효리 노래를 들어봐라. 이틀 후에는 '그 음악은 제발 틀지마세요, 디제이' 소리가 나올 것이다. 따라서 '신의 이름으로'라는 종교는 허구요, 사기다. 우리가 사는 이 질펀한 세상이 천국이자 지옥인 것이다. 깜깜한 방안에서 없는 고양이를 잡았다,고 외치는 종교의 사기성에 맞서 나는 지금 베이루트로 간다.

▲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게르니카' : 에스파냐 내전 당시 프랑코군이 폭격한 작은 도시 게르니카의 참상을 그림.
꿈의 기행

며칠 레바논 대사관과 대한민국 국방부, 청와대에 자원입대서를 제출하느라 바빴다.

자원입대서에 이름과 나이를 쓰고, 예비역 중사, 총포 탄약 담당이라고 썼다.
목적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만행을 저지코자 함.
정부로부터 답변 : 성남 비행장에서 C-123수송기로 두바이 공항으로 출발한다.

나를 태운 T항공 여객기가 이륙했다. 존레논의 노래가 나온다.
'천국도 없고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오직 위에 하늘만 있다고 Imagine해 봐요..노력해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예요..오늘 하루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Imagine해 봐요..국가라는 구분이 없다고 Imagine해 보세요..어렵지 않아요..죽이지도 않고, 죽을 일도 없고, 종교도 없고..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Imagine해 보세요..날 몽상가라고 부를지도 몰라요..하지만 나만 이런 생각을 가진게 아니예요..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될 거예요..탐욕을 부릴 필요도 없고 굶주릴 필요도 없고, 인류애가 넘쳐나요..세상을 함께 공유하는사람들을 Imagine해 봐요..'

히말라야를 지나면서 기내식이 나왔다. 조종사 부시가 안내 방송을 해줬다. : 르윈스키 스튜어디스가 배달한 파파야 열매를 드시고 전투력을 끌어 올립시다,라고. 창 밖에는 수 만 마리의 독수리 떼가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마돈나가 가슴을 반쯤 내놓고 군용 식판에 배식을 하였다. 숟가락을 들면서 물었다. : 장교님, 왜 젖만 있고 얼굴은 없습니까?

그녀는 명동에 산다고 했다. : 왜요? 요즘 세계의 5계절은 젖이 페르소나를 대신한데..DNA분석보다 더 정확하지요. 3000년 출생아이들부터는 젖에 바코드가 찍히도록 복지부에서 작업 중..이 통이 브레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당연 인격까지 대신하지요..

그러고 보니 얼마전 우리나라 모 가수의 말이 생각난다. : 성형이 아니라 엄마가 커서 저도 커요. 큰게 죕니까?

죄라..나는 시가전에 강할 것이다. 서울의 골목을 샅샅이 돌아 다니는 것이 직업이니..베이루트 시내서 미사일 몇 개만 들고 다녀도 상황은 금새 종료될 수 있다. 박 모 시인도 거기 간 모양인데, 518때 대가리 박고 도망가는 장교와 똑같겠지..

그래 종교는 죄악이다. 종교가 없는 곳이 천국인 것이다. 젊을 적 마리아를 믿는 후배가 내게 한 말이 있다. : 형님은 실존주의 외치다가 니체처럼 정신병자가 될 것이요. 하나님에 맞선 자는 종말이 비극적입니다..

그래 자식아..15년 흐른 세월 니가 미치지 않을려고 신부가 된 것과 달리 내가 미치광이가 되지 않을려고 성경을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수류탄 두 발과 M16소총과 탄약 480발을 차고 비행기 트랩에 오르기 세 시간 전, 평화를 위해 베이루트로 간다고 통화하던 친구로부터 : '갸, 그 성당서 수녀랑 눈맞아 산골에 들어가 농사 짓고 산데..'

세상은 전도된 것이 전도된 것이 아니다. 전복도 전복이 아니라는 소리다. 사람의 아들이라고, 사람의 아들이라고.. 나는 그만 잠깐 낙담을 할 정도였다.
옆에 탄 파계 스님 : (춘화를 보다가)거 소설감이네, 그려..허허허..
나 : 그래요, 가시나무 새.ㅋㅋ..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도 대한민국 카톨릭계를 이끌 훌륭한 후배하나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우리 배는 지중해를 지나고 있다.
盧세인은 : 차기 선장 공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안한다고, 가능하지 않을 수 있지 모른다, 분병한 것은 외부에서 데려 올 개연성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 못할 이유가 대한민국 변호사들이 다 한마디씩 혹은 두마디 이상이거나 안 할 이유도 고민해 볼 상황이 온다고 볼 수 없지 않겠냐?, 라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한마디로 (여전히 국민들 못 알아 듣는 노가리만 까는구먼) : 盧 땡큐! 라고 크게 외치면서 잠을 깼다.

꿈 속에서도 한가지 고민은 있었다. 영어책도 떠듬거리고 읽을 판에 내가 아랍어로 헤즈볼라 애들 지휘가 가능할까? 팅팅 부른 라면발같은 아랍어여..마구 뒤엉킨 파마 머리같은 아랍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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